알렉사나 시리, 알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의사소통, 일, 공부, 건강관리, 연애까지도 상당 부분 컴퓨터에 의존해 해나가고 있다. 우리의 구글 검색 기록, 이메일, 문자, 카톡, 썼다 지운 트위트, 페이스북에서 누른 좋아요의 데이터는 전부 어딘가에 저장되어 어디선가 활용되도록 대기하고 있다. 그게 싫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파괴해버릴 수도 없다.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종합 설명서’다. 이 책의 저자 브루스 슈나이어는 스노든이 건넨 NSA의 최고기밀문서를 분석했던 저명한 보안 전문가다.
또 “보안 업계의 록 스타”, “보안 구루”로도 불리며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흔치 않은 전문가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의 개인 데이터 남용 실태를 까발리는 숨김없고 명쾌한 발언도 그랬지만, 더욱 매력적인 것은 균형 잡힌 태도였다. 슈나이어는 현재 빅데이터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설명하는 동시에 정부, 기업, 시민사회, 개인 등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의 서로 다른 이익과 관심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도 훌륭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데이터 대량감시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 1부의 ‘폭로’가 가장 흥미진진하지만, 사실 이 책의 백미는 3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숨어 있었다. 슈나이어는 여기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아주 근본적인 원칙들, 즉 안전, 자유, 프라이버시, 인권과 같은 개념들을 차근차근 검토해나가며, 이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의 삶에 그 원칙들을 적용할 아주 구체적인 방법까지 따져본다. 기대치 못한, 그야말로 ‘인문적’인 접근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쏟아지는 시대,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처럼 가장 근본적인 것부터 질문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닌 책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에서 인문학자 임태훈은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가려면 “우리 시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힘에 기술이 어떻게 뒤섞이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테크놀로지의 작동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는 방편으로 ‘앎과 배움에 대한 끈질긴 질문과 성찰’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는 그러한 성찰과 공적 토론을 통해 기술을 인간의 편으로 만들어나가는 데에 꽤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반비 최예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