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조선시대 워킹맘’ 신사임당의 예술세계
라이프| 2017-01-24 10:01
서울미술관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
1월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초충도 14점ㆍ묵란도 1점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조선시대 워킹맘’이자 뛰어난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을 그린 SBS드라마 ‘신사임당-빛의 일기’의 방영과 맞물려 그녀의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미술관은 1월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14점의 초충도(草蟲圖)와 1점의 묵란도(墨蘭圖)가 선보인다. 

 
신사임당,초충도, 연도미상, 종이에 채색, 36x25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초충도는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으로, 보통은 꽃과 과일, 열매 그 주위로 몰려든 곤충과 동물을 배치한다. 꽃과 나비는 부부간의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 장식용으로 쓰인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여기에 다산, 자손번창,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어 당대 일반인들 사이 인기가 좋았고, 물론 임금도 탄복했다고 한다. 조선 19대 국왕인 숙종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보고 “풀이며 벌레여 그 모양 너무 닮아 부인이 그려 낸 것 어찌 그리 교묘할꼬. 그 그림 묘사하여 대전 안에 병풍 쳤네, 아깝도다 빠진 한 폭 모사 한 장 더 하였네, 채색만을 쓴 것이라 한결 더 아름다워, 그 무슨 법인가 무골법이 이것이네”라고 평하기도 했다.

풀과 벌레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초충도의 바탕은 ‘감지’다. 감 물을 들인 감지는 특유의 항균작용으로 곰팡이나 좀이 슬지 않아 보관에 용이하다. 금가루로 쓴 불경인 금사경에 쓰이는 종이로 상당히 비싼 제품이다. 서울미술관 관계자는 “감지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기도 했고, 그의 그림을 오래 보관하고 싶어하는 수요층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신사임당, 초충도, 연도미상, 종이에 채색, 36x25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초충도를 감상하는 또하나의 재미는 계절이다. 가지가 열리는 7~8월에는 방아깨비, 쇠뜨기풀, 산딸기, 나비, 벌이 등장하고 꽈리가 여무는 초가을에는 구절초와 나비, 붉은 잠자리, 갈대풀이 그려졌다. 이렇듯 14장이 모두 계절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뿐만아니라 나비 날개의 무늬, 꽃잎 한 장 한 장의 모양, 풀의 솜털 까지 살린 모사는 이것이 조선시대의 그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묵란도’도 공개됐다. 지난 2005년 KBS ‘TV쇼 진품명품’에 처음 공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은바 있는 이 작품은 신사임당의 난 그림과 함께, 우암 송시열(1607-1689ㆍ율곡 이이의 제자)의 발문이 붙어있다. 묵란도 위로, 발문을 후대에 덧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송시열은 “그 손가락 밑에서 표현된 것으로도 오히려 능히 혼연히 자연을 이뤄 사람의 힘을 빌려 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격찬하며, 자신의 스승을 낳은 어머니를 추켜세워 우회적으로 스승에 대한 경외를 표했다. 서울미술관측은 “‘과연 그 율곡 선생을 낳으심이 당연하다’는 발문의 문구가 신사임당에 대한 평가에 양면적인 영향을 줬다”면서 “화가보다 훌륭한 아들을 길러낸 어머니로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신사임당에 대한 ‘현모양처’, ‘요조숙녀’ 이미지는 실제 그녀의 삶과는 사뭇 달랐을 수 있다. 후대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율곡이이의 어머니’로 부각 시켜야할 필요성에 50세가 될 때까지 과거에 거푸 낙방해 공부만 했던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슬하의 자녀를 키우며 식솔을 책임진 가장으로 살았던 신사임당의 생애는 지워졌던 셈이다. 

신사임당, 묵란도 ,연도미상, 비단에 수묵, 92.5x45cm. [사진제공=서울미술관]

안병광 서울미술관 설립자(유니온제약 회장)는 “신사임당은 요즘 잣대로 보면 워킹맘에 슈퍼우먼이었다”며 “작품을 보고있으면 단순하고 간결하며 뽐내지 않지만 어우러짐이 더욱 돋보여 행복감을 준다. 관객들도 그런 행복감을 느낄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의 성격도 함께 한다. 내달엔 400평 규모의 2관건설에 착공한다. 전시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안 회장은 “지난해 15만 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서울미술관에 다녀갔다”면서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꼭 찾을 수 있는 미술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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