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식품이기에 동양에선 ‘밭에선 나는 소고기’로 불린다. 한중일 삼국은 이미 오랜 시간 두부를 먹어봤다.
서양에서 두부는 ‘살찌지 않는 치즈’로 불린다. 포화지방산이 아닌 식물성 지방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휴 그랜트와 샌드라 블럭이 출연한 영화 ‘투 위크스 노티스(Two Weeks Notice)’에선 두 사람의 식사장면에서 두부가 나온다. 이 영화가 나온 2003년만 해도 두부는 북미 문화권에서 흔한 식재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영화에서 휴 그랜트는 두부를 맛보더니 “이상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채식 선호 경향이 늘며 미국 내 두부 소비량은 해마다 급성장세다. 이젠 두부만큼 시공간을 초월해 흔히 쓰이는 식재료도 흔치 않다.
영양가도 풍부하다. ‘잘 먹고 잘 사는 법’(김영사)의 ‘두부’ 편에 따르면 두부의 NPU(Net Protein Utilization, 단백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기준)는 닭고기와 같은 65%에 달한다. 또한 다른 곡류에 비해 라이신 등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두부는 특히 동양인의 주식인 쌀밥과 궁합이 좋다. 콩에 많은 라이신과 쌀에 많은 메티오닌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때문에 두부 100g과 쌀밥 한 공기를 같이 먹을 때의 단백질 섭취 효과는 따로 먹었을 때보다 32%나 높게 나타난다.
영양가도 풍부한 두부를 동양에선 오미(五味)를 갖춘 식품이라고 했다. 맛과 향기가 좋고, 광택이 나며, 모양이 반듯하고, 먹기가 간편해 붙은 수사다. 먹기가 간편하다 보니 활용법이 워낙에 많다. 약 50가지의 조리법이 있다. 생두부를 물에 살짝 데쳐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쓰이기도 한다. 조림, 탕, 부침, 튀김 등 해먹지 못할 음식이 없다. 하지만 두부 요리를 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도 있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올가닉라이프가 로데일 테스트 키친(Rodale Test Kitchen)의 셰프들이 밝힌 두부의 올바른 사용법을 정리했다.
▶ 으깨지 마세요=두부는 콩으로 만든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부 요리를 할 때 잘게 부수거나 으깨 샐러드로 활용한다. 로데일 테스트 키친의 셰프들은 제대로 된 두부의 맛을 보고 싶다면 두부의 원형을 흐트러뜨리지 말 것을 권한다. 고단백 식품인 닭가슴살을 요리하듯 식감을 살린 요리를 해야 두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서양식의 관점이다. 하지만 동양 문화권에서 두부는 잘게 다지거나 으깨 만두 안에 넣기도 했고, 으깬 두부에 닭고기와 갖은 양념을 더해 고명을 얹어서 쪄낸 두부선이라는 음식도 있었다는 차이점도 있다.
▶ 두부x시금치는 안돼요=두부와 시금치는 함께 조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이 두부의 칼슘과 결합하며 몸 안에서 담석으로 변할 수 있다.
▶ 두부조림엔 부치지 마세요=조림을 할 때 두부를 기름에 부친 뒤 조리하며 겉은 바삭해지지만 깔끔한 맛을 낼 수 없다. 부치지 않고 조림을 하면 부드럽고 담백한 두부조림을 만들 수 있다.
▶ 수분 제거는 필수=두부는 스폰지와 같다. 포장 두부의 경우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물에 포장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때 반드시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특히 조림이나 절임을 할 때에는 반드시 수분을 제거한 뒤 요리를 하는 것이 두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세게 누르지 않아야 부드러운 두부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연두부의 경우 물기를 제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초 수분 함량이 높은 연두부는 수분을 머금은 상태여야 더욱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 볶음용엔 단단한 두부=볶음 요리를 할 때에는 부드러운 두부보다 조금 더 단단한 두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존 두부요리보다 더 도톰하게 썰어 부서지지 않은 식감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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