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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2 vs 2017] 시대정서는 ‘불안’에서 ‘분노’로, 시대정신은 ‘국민행복’에서 ‘국민주권’으로
뉴스종합| 2017-02-03 09:33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박근혜 후보, 2012년 12월 19일)”, “국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문재인 후보, 2012년 12월 19일)”.

5년 전, 한국사회는 ‘힐링 열풍’이 불었다. 국민은 내 삶의 치유를 갈망했고, 서점가마다, TV에서도 대중문화는 이 같은 시대정서를 파고들었다. 2012년 대선도 다르지 않았다. 투표 당일 마지막 호소까지도 후보들은 ‘힐링 대통령’을 자처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당시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는 ‘불안’이다. 힐링 열풍은 불안한 내 삶이 공감 받길 바라는 바람이었다. 국민은 이 같은 지도자를 갈망했다.

5년 뒤, 2017년 한국사회의 정서는 ‘불안’에서 ‘분노’로 격화됐다. 국민은 ‘힐링’ 대신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박정희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에서 불안한 삶을 치유하고 팠던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는 분노를 담아 권력도 지역도 세대도 시대도 모두 바꾸라고 요구한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향수’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가 교차 투영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 유세에서 “전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고 했다. 선거당락을 가른 건 50대ㆍ60대의 높은 투표율(각각 89.9%, 78.8%)이다. 보수성향이 짙은 50~60대를 투표장으로 대거 이끈 건 박 대통령에 대한, 나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애정, 혹은 애증이었다.

5년 뒤, 현 보수층의 정서는 ‘상실’로 요약된다. 불안한 삶을 해결해주길 원했던 지지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목도하며, 유력한 보수진영 후보조차 없는 현실에 직면하며 표류하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진보층의 정서는 한층 더 극명하게 분노로 이동했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분노는 촛불집회로 집결됐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나는 진보”라고 답한 이들이 “나는 보수”라고 답한 이들보다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 사회의 분노를 반영한다.

대선정국 곳곳에서도 분노의 정서는 감지된다. 이념 진영을 떠나 대선 후보 모두 ‘교체’를 앞세우고 있다. 정권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 등을 앞세운 진보진영 후보뿐 아니라 보수진영 유력 후보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줄곧 ‘정치교체’를 내세웠다. 탄핵정국과 경제위기를 겪으며 국민주권과 삶을 유린한 권력을, 시대를 바꿔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담긴 결과다.

정서가 반영된 시대정신 역시 5년 전과 다르다. 지난 대선에선 복지공약을 비롯, ‘경제’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번 대선은 권력구조를 비롯, ‘정치’가 핵심이다. 즉, ‘국민행복’이 지난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면, 이번 대선은 ‘국민주권’이 시대정신이다. ‘신기루’ 같은 희망과 행복을 말하기에 앞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줄 것인가를 선택하려 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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