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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많은 서울, AI 번질 가능성 매우 낮아
뉴스종합| 2017-02-05 08:43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올겨울 창궐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조류 폐사체가 서울 한강에서 발견됨에 따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AI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도심 곳곳에 많은 비둘기 역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주변에 가금농장 0곳…확산 가능성 매우 낮아=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AI 확진 판정이 내려진 뿔논병아리의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한강 성동지대 앞 도선장으로, 반경 10㎞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닭·오리 등 가금농장이 한 곳도 없다.

일반적으로 AI가 검출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가 ‘예찰 지역’으로 설정돼 가금류 이동제한 등의 방역조치가 이뤄진다.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이번 H5N6형 AI 바이러스는 병원성이 강하고 전파 속도가 빨라 가금농장으로 유입되는 순간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이다.

한강 성동지대의 경우 주변에 가금농장 자체가 아예 없어 AI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5년 H5N8형 AI가 유행할 당시에도 서울 지역의 야생조류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추가 피해 없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다”며 “예찰 지역 내에는 물론 서울 지역 특성상 가금농장 자체가 거의 없어 확산 위험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예찰 지역 내에 AI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는 가금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시설과 학교, 가정집 등에서 키우는 닭·오리를 비롯해 인근의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조류 186마리 등 총 870여 마리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육 마릿수가 1만~2만 마리에 달하는 일반 가금농장이 없어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AI 매뉴얼에 따라 예찰 지역 내 애완용, 관상용 닭·오리의 이동을 제한하고 동물원은 조류의 신규 입식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손 자주 씻고, 야생조류 만지면 안 돼=방역 당국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일반인이 AI에 감염된 야생 철새와 직접 접촉할확률이 낮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도 없다.

서울에 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AI 확산 우려가 크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안심하는 것도 금물이다. 국내에서는 H5N6형 AI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없지만 중국에서는 2014년 이후 H5N6형 AI에 17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다. 중국 내 감염 사례는 대부분 가금류와 직접 접촉하는 농장 종사자로 알려졌다. 치사율도 58.8%로 매우 높다.

최근의 양상을 보면 드물지만 야생조류에서 꾸준히 AI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으므로 한강이나 지천 등에서 야생조류와 직접 접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염원이 묻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외출 후 항상 손을 씻는 등의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가금류와 직접 접촉한 뒤 발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관할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해야 한다. H5N6형 AI의 경우 발병 48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인타미플루를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비둘기ㆍ길고양이서 AI 검출 안 돼=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비둘기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도 적지 않다. 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하는 비둘기가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최근까지 진행된 방역 방역 당국의 일제 검사에서도 AI에 감염된 비둘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AI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인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어떤 종류의 조류인지에 따라 AI에 감염되거나 전파하는 특성이 다르다”며 “오리의 경우 AI 바이러스를몸 안에서 증식시키고 배설물을 통해 다량 배출해 주변으로 전파하는 특성이 있지만비둘기는 감염이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둘기가 도심에 AI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비둘기 외에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새, 직박구리 등의 텃새도 AI 감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물새류와 달리 물에서 생활하지 않고 AI를 보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 역시 지난해말 경기 포천에서 확진 사례가 나오기는 했으나, 전국적으로실시된 길고양이에 대한 AI 검사에서 의심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양이 감염 사례가 나온 포천의 경우 주변에 AI 발생농가가 몰려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서울 시내에 있는 길고양이들은 가금농장이 없는 주택가 등에서 서식하고 지역사회 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먹이 주기 활동 등을 하고있어 AI에 걸린 야생조류를 먹이로 먹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만 개나 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산책시킬 때에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산책시 반려견은 풀이 많은 곳으로 가려고 할텐데 그곳에 조류 분변 등이 있을 수 있고, 고양이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체 등에 흥미를 갖기 마련이어서 굳이 새가 많거나 분변이 많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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