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유물유적
[쉼표] 세 번의 다짐과 사랑의 대보름
라이프| 2017-02-07 11:02
‘정월은 이른 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중략)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때 내려온 풍속이라.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히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 팔기, 달맞이 횃불 켜기. 내려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정월(음력1윌)령은 한 해 준비를 잘 하자는 뜻을 전하면서 정월대보름 풍속을 소개하고 있다.



음력 1월 15일은 설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정월에 맞는 첫 보름달이라 설 명절에 버금가는 축일로서 많은 세레모니가 벌어졌다.

더위를 팔고(賣暑:매서), 액운을 쫓기 위해 부럼을 깨물거나 ‘厄(액)’자를 적은 연(鳶)을 날리며(送厄:송액), 뒷동산에 올라 보름달을 보며 횃불을 돌리거나(望月:망월) 쥐불놀이(鼠火戱:서화희) 하는 풍속은 모두 한 해를 잘 보내자는 기원과 다짐을 담았다.

대보름에는 ▷부잣집 흙을 몰래 가져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기원하는 복토 훔치기 ▷새벽에 앞다퉈 우물 물을 뜨는 용알 뜨기 ▷땅에서 올라오는 액운을 차단하기 위한 지신밟기 ▷오곡밥 먹기 등이 행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정월대보름인 오는 11일과 12일, 22가지 버라이어티 민속을 국민과 함께 한다.

신라땐 대보름날 처녀들의 밤샘 외출이 허용됐다고 한다. 탑돌이 명목이지만 이날 만큼은 눈이 맞은 남녀 끼리의 ‘원나잇’ 자유연애를 눈감아줬다.

보름날 탑돌이 애정 행각은 호원사 설화, 처용가 등에서도 나타난다.

정월대보름의 키워드는 건강, 희망, 다짐, 사랑이다. 우리는 양력 1월1일, 설, 정월대보름 세 번이나 새해 새 꿈을 꿀 수 있어 좋다.

특히 정월대보름은 근원이 뚜렷치 않은 서양식 사랑고백의 날과는 달리, ‘사랑’이란 키워드가 오래도록 분명하게 새겨진 우리 공식 축일인데, ‘심쿵’한 면도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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