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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요즘 여의도는 ‘기승전安’…안희정 돌풍, 심상치 않다
뉴스종합| 2017-02-12 14:46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기세가 놀랍습니다. 비단 여론조사 뿐만이 아닙니다. 요새 여의도에서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정치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대개 안 지사로 화제가모아지곤 합니다. 특히 보수진영, 여권에서의 반응이 주목할만합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서는 ‘적의’에 가까운 감정을 보이던 보수 정치인들도 유독 안 지사에 대해서만큼은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공ㆍ사석에서 여당 의원이나 여권 출신 원내외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들은 안 지사에 대한 호의적 평가로는 “콘텐츠가 좋다” “지자체장으로서도 도내 지지도가 높다” “대중적 이미지가 좋다” 는 등이 있습니다. 최근 야권 일각에서는 ‘우클릭’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은 ‘대연정’ 제안이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수정권의 경제정책 승계 등 사안별 입장에 대해서도 찬반이나 호불호를 떠나 ‘괜찮은 전략’,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 성공’ 등의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중도ㆍ보수ㆍ제3지대를 표방하는 정치진영에서는 문 전 대표보다 오히려 안 지사가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적수라는 얘기도 적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등 여권이나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중도ㆍ제3지대 지향 정치세력에서는 안 지사의 행보를 사뭇 호의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잠재적인 폭발력에는 바짝 경계하는 형국입니다. 


[사진=연합뉴스]



12일에도 여의도에선 안 지사의 발언과 행보가 단연 이슈가 됐습니다. 전날 목포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특검에대해 “당시 의회와 야당의 공세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이 일로 김대중-노무현의 역사가 분열과 미움으로 빠져선 안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안 지사는 “대북송금특검은 그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요구였고 또한 그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각 국민의당이 반발했습니다. 국민의당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했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의원이 대표로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의원도 있습니다. 국민의당에서는 이날 김경록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전대표가 대북송금특검에 대해 거짓말을 하더니 안희정지사가 특검은 한나라당의 요구였다는 궤변을 내놨다”며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대북송금특검과 5ㆍ18정신을 훼손한데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깨끗이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김재두 대변인도 “안 지사는 자신이 내세운 대연정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안 지사의 반응도 바로 나왔습니다. 안 지사는 이날 광주 5·18 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송금특검으로 햇볕정책을 추진한 분들이 겪은 고초에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14년 전의 일이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안 지사의 발언과 행보가 주목을 받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최근 지지율이 급등했기 때문이지만, 안 지사가 차지하는 위치가 여러 의미를 던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함께 과거 노무현 정부를 만들었던 이른바 ‘친노’(親노무현계)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동시에 학생운동권 출신의 대표적인 386세대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50대가 된 세대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이후 현재 유권자들의 가시권에 든 대권주자로는 유일한 충청권 출신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이 안 지사에겐 강점과 약점이기도 하고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노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낼 당시 삼성그룹 등에서 불법 대선 자금 6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간 실형을 살았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그룹이나 정치권에서는 당시 관행, 그리고 캠프 전체를 ‘대표’한 처벌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이후 지자체장으로 성공적인 재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평가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젊은 세대 정치인으로서는 과거 한때나마 정치문화의 폐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은 비껴가기 어렵습니다.

안 지사는 현재 50대 초반(52세)의 젊은 대선주자로서, ‘세대교체론’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안 지사의 대권도전은 80년대 한국 사회 민주화의 한 축이었던 386세대가 이제 제도권 내에서 선배 세대의 ‘지지층’으로부터 권력의 전면에 주역으로 부상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올해 대선에서 결정적인 유권자층으로 부상한 50대의 일원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통계청 자료와 여론조사 등을 분석하면 현재 40대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반면, 50대는 보수-진보 성향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386세대가 20~30대에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진보적 역할을 했지만, 사회진출 이후 ‘기성세대화’하면서 점차 보수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과도 일치합니다. 안 지사의 최근 ‘우클릭 행보’가 전략적인 선택일수도 있지만, 세대별 유권자층에서는 일종의 ‘캐스팅 보터’가 된 50대의 보수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야권 및 진보성향 유권자들로부터는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을 잠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유권자층에서는 아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중도-보수-무당층에서는 안 지사가 빠르게 지지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아직 ‘안풍’이 과거 ‘노풍’(盧風)과 같은 태풍이 될지, 미풍으로 그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부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0% 직전까지 기세가 올라온 안 지사의 돌풍이 한국 정치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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