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안희정 ‘우클릭’은 되고, 安ㆍ劉 ‘중도전략’은 부진, 왜?"
뉴스종합| 2017-02-14 10:25
-안희정, 중도로 빠른 세확장
-안철수ㆍ유승민은 지지부진
-신뢰없는 ‘중도전략’은 실패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최근 여론조사에서 전체 지지율 2위로 16.7%를 기록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유권자 이념성향별 지지자 분포는 중도층이 가장 높은 19%였다. 그 다음이 무당층(잘모름) 17.7%>진보 15.7%>보수 13.5% 순(順)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중 안 지사의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에 밀려 전체보다 낮은 15.5%였지만, 국민의당에선 22.7%, 바른정당에선 16.9%의 지지를 얻었다. (리얼미터ㆍMBNㆍ매경, 6~10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소속인 안 지사가 잇따른 ‘우클릭’(보수화)으로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반면, 정작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유승민바른정당 의원은 고전중이다. 유 의원은 가장 보수적인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마저 안 지사에 밀렸다.

안 지사의 ‘우클릭’은 되고 안 전 대표와 유 의원의 ‘중도 노선’은 안 먹히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현상을 정치심리학에선 이성보다는 감성 부위가 활성화되는 ‘정치적 뇌’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진영)의 언행엔 뇌의 감성 영역이 반응하고, 상대 후보(진영)엔 ‘이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다. 이는 미국 애머리대의 드루 웨스턴 교수의 주장으로, 그는 지난 2004년 미국 대선 기간에 실험으로 가설을 입증했다. 당시 존 케리 후보 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지지자를 동수로 모아 두 후보의 모순된 공약들만 보여줬다. 그랬더니 유권자들은 지지후보의 잘못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고, 경쟁 후보의 맹점은 잘 찾아냈다. 이때 유권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로 촬영했더니 지지후보를 판단할 때는 감정을 처리하는 내측중간전두엽 등이 더 활성화됐다. 지난 2012년 국내 대선에서도 EBS 다큐제작진이 같은 실험을 재현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후보들로선 지지자들에게 ‘우리편’이라는 확신을 주고,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프레임이론’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버클리대 언어학과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중도를 위한 이데올로기는 없다. 중도란 어떤 문제에는 보수적이고, 어떤 영역에서는 진보적이라는 의미다. 다양한 조합이 존재할 뿐”이라고 했다. 실제 2012년 EBS 다큐제작팀이 실험참가자들을 모아 당시 대선에서 보수-진보를 가르는 의제였던 무상급식, 한미FTA, 대기업규제, 의료민영화 등 20가지 질문을 던진 뒤 5점 척도로 찬반 정도를 표하게 했다. 평균 점수에 따라 실험참가자들을 보수ㆍ중도ㆍ진보파로 나누었다. 그럼 중도파들은 각 질문에 대해 3점 안팎을 줬을까. 아니었다. 중도파의 경우도 각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ㆍ진보 입장이 뚜렷했다. 각 항목 점수의 평균을 내보니 중간이 됐을 뿐이다. 민주진보진영의 신뢰를 먼저 얻은 후 사드 배치, 대연정 등 사안별로 보수 입장을 내놓은 안 지사와 ‘개혁적ㆍ합리적 중도노선’을 먼저 선언하고 지지를 호소한 안 전대표ㆍ유의원이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최근 안 지사는 광주 방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역사를 잇는 장자가 되겠다”고 했다. 자신이 발딛은 진영의 지지자들을 향한 감성적인 호소방식이다. 안 지사는 가장 진보적인 정의당 지지층들로부터도 24.6%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안 전 대표나 유 의원은 전통적인 진보ㆍ보수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요컨대 보수나 진보진영의 신뢰를 바탕으로 반대쪽으로의 ‘확장’은 성공가능성이 높지만, 중간에서 좌우로 날개를 펼치려는 전략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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