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의 공판에서 “최 씨 의견이 국정에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 전 비서관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선생님. VIP께서 선생님 컨펌받았는지 물어보셔서 아직 컨펌 못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 빨리 받으라고 확인하십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조사 당시 “최 씨의 의견이 모두 국정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큰틀에서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검찰에서 “대통령에게 최 씨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모두 보고는 드렸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비판 기사를 접하면 자신에게 전화해 대처 방안을 일러줬다고 털어놨다. 정 전 비서관은 이를 ‘최 씨의 의견’이라며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이를 듣고 결정했다고 했다. 조서에서 정 전 비서관은 검사가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앞서 최 씨에게 보고하는 관계가 아니냐”고 질문하자 “제 잘못이다. 제가 지나치게 행동한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보낸 47건의 문건 중 일부를 제시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보낸 문건에는 차관·감사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 인선안부터 대통령의 ‘민정수석 통화 시 지시사항’, 존캐리 미 국무장관의 접견자료까지 포함돼있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지난 2014년 4월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작성한 ‘체육특기자 입시비리 근절방안 보고’라는 문건도 최 씨에게 전송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는 당시 발표되지 않은 체육특기자 대학입시의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다”며 “2015년도 딸 정유라의 입시를 앞두고 최 씨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2014년 말 경 소위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최 씨로부터 자문받는 것을 그만두는게 좋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최 씨에게 문건을 한번도 안 보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문건을 유출한 배경에 대해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지시했고 좋은 얘기 있으면 참고해서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서 실토했다. 그는 또 조사과정에서 “최 씨가 말씀자료에 관여하기 시작한 건 18대 대선을 준비하면서부터”라며 “박 대통령이 개인적인 일까지 믿고 맡길 분이 최 씨밖에 없었고 대선 이후 최 씨 의견을 자연스럽게 구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직접 발언기회를 얻어 “박 대통령이 최 씨 의견을 들어서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지시했다”며 “대통령이 개별 문건을 최 씨에게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지시에 따르기 위해 문건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47건의 청와대 기밀 문서를 최 씨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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