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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 삼성 비상경영 돌입…대외신인도 타격 불가피(종합)
뉴스종합| 2017-02-17 09:25
-17일 새벽 법원서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삼성창립 79년만에 첫 총수 구속
-삼성 "재판서 진실밝히겠다"
-경영 올스톱…글로벌 위상, 대외신인도, 브랜드 이미지 타격 불가피
-당분간 전문경영인 집단협의체제로 '비상경영'
-투자, 인사, 채용 등 경영활동 차질 불보듯
-재계 "충격과 우려…한국경제에 큰 부담“

[헤럴드경제= 강주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되면서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상태에 빠진 삼성그룹은 창립 79년만에 최악의 위기상황에 처했다.

연 매출 300조원,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7위, 세계 100여개국에 50만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초일류기업’ 삼성의 미래는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유고 사태가 심각한 경영 공백을 불러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삼성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집단지도체제로 '비상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속에 중요 투자결정이나 인사, 조직개편, 채용 등 경영활동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8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사례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천문학적인 손실이 따르는 갤럭시노트7의 단종 결정 등은 이 부회장이 빠진 삼성 수뇌부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룹 총수가 인신 구속되면서 삼성의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삼성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충격에 빠진 삼성…“재판을 통해 진실 밝히겠다”= 이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자 삼성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다.

삼성그룹은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 회장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 3대에 이르는 동안 여러 번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한번도 구속된 적은 없었다.

17일 새벽 5시35분께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부회장은 전날 영장실질심사 후 이동해 대기중이던 서울구치소의 6.56㎡(약 1.9평)짜리 독방(독거실)에 수감됐다.

서울구치소에는 6.56㎡ 크기의 독거실과 6명 내외의 인원이 수감되는 12.01㎡(약 3.6평) 크기의 혼거실이 있다.

이 부회장 등은 독방을 배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립 79년만에 총수 인신구속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에 삼성 관계자는 “이제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은 올스톱되는 게 불가피하다.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 등은 모두 미뤄지게 됐다. 루틴한 일만이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삼성 관계자는 “어제 영장심사가 끝나고 나서 1차 때처럼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여론이 너무 안 좋은 탓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과 관련, 재판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이날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로 발송한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대한 삼성의입장’ 자료에서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도 불구, 삼성 여전히 어떠한 청탁이나 로비 시도도 없었으며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영장 단계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혐의 ‘소명’이 이뤄지면 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때문에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해도, 법원이 이 부 회장의 범죄 혐에 대한 개연성을 받아들인 것이지 범죄 사실을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얘기다.

입증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증명은 ‘범죄사실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얻는’ 단계다.

이에 비해 소명은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유무죄 판단은 기소 후 법정에서의 증거조사, 증인·피고인 신문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내려진다.

유죄 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도록 한 헌법 27조는 이 부회장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날 영장발부에도 불구, 앞으로 구속 적부심사 청구, 기소 후 보석 청구 등으로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 지배구조 개편 등 모든 경영활동 올스톱=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사실상 올스톱되게 됐다.

지배구조·사업 개편 작업은 사실상 정지됐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써는 논의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그 최종 단계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으로 지배체제 개편 작업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와 함께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역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부터 약 3년간 15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등을사들였다.

80억달러(9조6천억원)를 들여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의 경우 한국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국내에서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한 개 라인을 확장하려면 각각 10조원, 1조원 안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 집행한 비용은 27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타격 불가피=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지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브랜드’ 평가에서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 7번째, 국내 기업 1위를 기록했다.

히지만 그룹 총수가 구속되면서 비리기업으로 낙인찍힐 경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 부회장의 구속은 경쟁사에 좋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사들은 기회 될 때마다 삼성을 공격하는데 당장 이들이 ‘범죄인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고 공격하면 삼성은 당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적용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FCPA는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기업은 아니지만 2008년 해외부패방지법 개정으로 법 적용 범위가 확대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FCPA 제재 대상으로 확정되면 과징금을 내야 하며, 미국 연방정부와의 사업이 금지되는 등 미국 내 공공 조달사업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적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 당분간 비상 집단지도체제…인사·채용 연기될듯=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으로 당분간 삼성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를 약속했지만, 총수 유고 사태로 인해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커서 재판 준비와 출석 때문에 예전과 같은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되,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가고, 그룹 전반에 걸친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운영을 통해 논의해나가는 방식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종 인사와 채용 등은 일정부분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이후 연례 행사처럼 진행해왔던 일정들조차 미뤄오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한 후 순차적으로 임원, 직원 인사를 해왔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조직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상반기 채용 계획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일부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소폭의 조직 정비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순서가 뒤얽히면서 조직 내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매년 3월 중순에 시작했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계획도 오리무중이다.

고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인재 확보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공채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등의 대안이 거론된다.

취업준비생들은 매년 1만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채용시장의 ‘큰손’인삼성의 공채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파장은 삼성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도 연쇄 효과가예상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는 4300여곳, 이들의 고용규모는 6만3000여명에 달한다.

▶재계 "충격과 우려…한국경제에 큰 부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재계는 충격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대표기업 삼성의 총수가 구속되면서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인지도 타격으로 한국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이 부회장 구속 영장 발부 소식과 관련해 “경영계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기 때문에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 측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이 같은 입장과 함께 특히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차질뿐만 아니라 25만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나아가 “모쪼록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무협은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인데 대해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안보위기 고조 등 크나 큰 대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 최대기업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한국경제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여파는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협은 이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형사소송법을 거론하며, “이 원칙이 지켜지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모르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의 구속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대외 신인도 하락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계도 한국대표 기업 총수에 대한 인신구속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4대그룹 관계자는 “증거인멸, 도주 우려도 없는 데다, 이 부회장이 최근 ‘진실을밝히겠다’고 언급해 소명에 자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구속이라는결과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이 미우나 고우나 대한민국 대표기업이고 한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특정 기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국내 재계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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