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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의 정치외전] 대선주자들의 '반응 속도'
뉴스종합| 2017-02-18 08:01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2월14일 오후 7시42분. “깜짝 놀랄만한 세계적인 특종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멘트와 동시에 ‘北 김정남, 말레이시아에서 피살’이라는 자막이 떴다.

지금부터 대선주자들의 반응 속도를 체크해보자. 말그대로 ‘정치외전’이다. 아래 시각은 ‘마크맨 단톡방’ 공지 기준이다.(마크맨 단톡방: 각 대선주자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정보 공유 카톡 방.)

14일 오후 10시09분.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대한 빨리 사실을 파악해서 발표하고 우리 정부도 진상을 파악해서 국민께 알려야 한다. 정부도 상황 대처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보도가 나온지 2시간33분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14일 오후 11시15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등장했다. “북한의 어떤 종류의 도발이라도 우리가 과감하게 응징하고 10배, 100배 더한 보복 응징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추진해야 한다.” 사드 찬성론자인 유 의원은 ‘김정남 피살’을 사드 문제와 연결시켰다.

막간을 이용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15일 오전 8시30분’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소집을 예고했다.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만큼은 침묵했다. 이튿날 조간들은 ‘김정남 암살’을 대서특필했다.

15일 오전 9시32분. “예의주시 중이다.” 안 지사 측에서 첫 반응이 왔다. 안 지사의 ‘워딩’이냐고 묻자 “아니다”고 답했다. “북한 문제는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될 때까지 언급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첫 보도 후 13시간50분이 지났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15일 오전 11시33분. ‘드디어’ 문 전 대표의 공식 입장이 공개됐다. 거의 16시간 만이다. “만약 정치적 암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아주 야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루 빨리 사실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고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

너무 신중했던 탓일까. 유독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응 속도가 느렸다. ‘불안한 대북관’에 대한 자격지심도 작용했으리라. 예고없이 닥치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14~16일 실시된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3%, 안 지사는 22%, 안 전 대표와 황 권한대행은 9%로 집계됐다. 지난 주 대비 야권 후보들은 각각 4%p, 3%p, 2p% 올랐지만 황 권한대행은 2%p 빠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판단하기 이른 감은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북풍이 ‘정권교체’의 열망까지 날려버리진 못할 것 같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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