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현대重, VLCC 2척 수주… 단골 덕에 韓 조선사들, 수주 ‘숨통’
뉴스종합| 2017-02-21 08:15
- 현대重, 그리스 에네셀로부터 VLCC 2척 1800억 규모 수주
- 과거 공급된 선박 호평… “신뢰 쌓은 덕”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장사가 잘 되는 집과 잘 안 되는 집의 차이는 하나다. 찾았던 손님이 또오면 잘되는 집, 안오면 잘 안되는 집이다.

극심한 수주 가뭄 현상이 올해에도 계속되고, 선박 가격은 여전히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지만 새해들어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 배를 사갔던 선주사들이 배 잘만드는 한국 조선사들을 다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2016년에 DHT에 공급한 VLCC

21일 현대중공업과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그리스에 있는 에네셀(Enesel)사로부터 30만 DW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에네셀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한달 가량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해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OI를 체결했고 협상을 해온 것은 맞지만 정확한 선가와 체결 시점 등을 공개키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32만DWT급 VLCC의 1척당 시가가 8200만달러(약 940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계약 금액은 총 1800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주한 VLCC 2척의 납기는 2018년 3분기와 4분기로 알려진다.

현대중공업이 에네셀과 다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던 선박에 대한 호평도 한몫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은 과거 에네셀에 VLCC 5척을 공급한 바 있고, 현대삼호중공업도 VLCC 2척을 인도했다. 이번 수주 역시 ‘선박 명가(名家)’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능력이 입증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외에도 국내 ‘빅3’ 조선사들의 최근 수주는 대부분 과거 거래 전적이 있었던 선주사들과의 계약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16억달러 규모의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건조 의향서를 체결했는데 상대는 엑셀러레이트에너지사다. 이 회사는 대우조선해양의 20년 단골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노르웨이 선사 NAT와 15만7000DWT급 유조선 3척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NAT가 보유한 선박 30척 중 12척을 건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VLCC 2척 수주에 성공한 노르웨이 DHT사도 현대중공업의 오랜 단골이다. 현대중공업은 또다른 노르웨이 단골 고객 ‘호그 LNG’로부터 최근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1척을 수주했다. 호그LNG는 그동안 현대중공업에 총 6척의 LNG- FSRU를 발주한 바 있다. ‘찾았던 손님이 또 찾는’ 단골 기류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그리스 선사들의 발주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을 업황 개선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계약한 에네셀 외에도 이코노무(Economou), 판테온탱커스(Pantheon Tankers) 등 다른 그리스 선사들도 VLCC 발주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VLCC 발주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저유가로 인해 신조선가가 많이 떨어졌고, 최근 유가가 50달러선을 안정적으로 넘어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선가가 바닥이더라도 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발주는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현재 VLCC 발주를 검토 중인 그리스 선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와 발주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 계약 관계가 있었던 선주사들측과 다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뢰가 재계약의 힘”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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