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유물유적
치킨대란 없고 사장님 한숨만 있었다
라이프| 2017-02-21 11:24
‘육계값 폭등’에 파동올까 우려
주인들 “손님 없는것이 더 문제”
불경기에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치킨값 그대로에요. 많이들 드셨으면 좋겠어요.” 

치킨값이 꿈틀댄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간 서울 용산구 한 치킨집. 가게 주인은 걱정말라는듯 손을 내저었다.

월요일 저녁 7시. 다만 한 주가 시작하는 날이라 그런지 15평 남짓한 매장은 퇴근길 치맥 한 잔 하는 직장인도, 걸쭉한 대화가 오가는 단골들의 모임도 없이 한산했다. 

치킨대란이 올 것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치킨집도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치킨대란분위기는 없다.

21일 한국육계협회가 제공하는 육계생계 시세에 따르면 지난 1일 ㎏당 1890원이던 육계값은 15일에는 2490원까지 뛰었다. 20일 2190원으로 다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불거지던 지난해 12월 22일 ㎏당 888원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147%나 뛰어오른 것이다. 육계값이 폭등하면서 ‘치킨대란’이 오는 게 아니느냐는 말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인 사장은 “치킨값은 본사에서 정하는 거라 우리가 얘기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뭐 별다른 말은 없다”며 “괜히 치킨값 오른다는 소리 때문에 손님들 발길 끊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확인을 해봤다. 교촌치킨ㆍ굽네치킨ㆍ네네치킨 3사에서 “현재 구체적 인상계획은 없다”는 답이돌아왔다.

굽네치킨은 2013년 가격인상 이후 동결, 교촌치킨은 2014년 부분적 메뉴에 한해 1000원을 인상한 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관계자는 “지금 한계인 것은 분명하다”며 “원재료값이 계속 올라서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가격인상을 고려하고 있기는 하다”고 했다. 

실제로 닭고기 값이 오른다고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당장 가격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1년 단위나 분기 등 일정 주기로 사전에 가격 계약을 맺고 닭고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임대료나 부자재 비용 부담 상승이면 몰라도 최근 오른 닭고기 값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계약기간 내에는 고정된 가격으로 양가와 도계 업체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육계 시세가 치킨값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뜻이다.   

“제일 큰 문제는 임대료랑 인건비죠. 치킨 배달 한번 나가면 배달원한테 3000원을 줘요.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그게 기본입니다. 좀 먼 거리는 4000~5000원까지 줘야해요. 그런 주문은 남는 것 하나 없죠. 배달원 월급이 보통 250만원은 나가요. 임대료는 매년 오르고 야채값에 기름값도 전부 올랐잖아요. 인건비까지 나가면 장사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배달 뜁니다.”

가게 주인은 그렇게 한숨을 쉬었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무덤’이라 불리는 치킨집 전망은 올해도 어둡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발표한 ‘2016년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치킨집은 경기 위축 정도가 ‘최악’에 속한다. 지속된 경기침체에 AI 여파까지 덮친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 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간 5조원에 이른다. 치킨브랜드는 300여개, 가맹점은 4만여개, 국내 치킨업계 종사자는 7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치킨집 10년 생존율은 20.5%, 3년 이내 폐업률(49.2%)은 절반 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동네 단골 손님들도 치킨값 비싸다는 얘기를 종종 하시는데, 저희도 치킨 한 마리 팔아서 남는 것 많지 않아요. 치킨값 오르는건 바라지도 않으니 그냥 손님이나 많이 오셨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말을 잇던 치킨집 주인은 손님이 들어오자 닭을 튀기다 말고 버선발로 나가 ‘어서오세요’를 외쳤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