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대결은 ‘대연정’→‘선의’→‘분노’→‘피바람’→‘불의’ 등의 키워드로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분노’와 ‘불의’를 택했다. 그는 21일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으로,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고 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
문 전 대표는 “적폐에 대한 뜨거운 분노와 이를 혁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위에서만 국가대개혁이 가능하다”며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기득권 세력과 적절히 손잡고 타협하는 식으론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시대정신을 분노로 규정하고 이 분노를 바탕으로 개혁과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문 전 대표의 행간이다.
안 지사는 ‘대연정’에서 ‘선의’, ‘이해’ 등을 택했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합’이다. 대립과 편 가르는 정치문화를 극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지도자의 분노는 그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피바람이 난다”는 말에도 이 같은 의지를 담았다.
안 지사는 이날 선의 논란과 관련,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적절치 못했고 이에 대해 마음 다치고 아파하는 분이 많다. 그 점에 대해 아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 뜻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분노라는 요소를 적극 표출하기보다는 한국의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해소하고자 (대통령) 그 자리에 도전하려 한다. 그런 입장에서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이해,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자세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을 예로 든 사실은 적극 사과하지만, 분노가 아닌 이해로 임하겠다는 정치철학은 재차 강조한 안 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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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넘어야만 할 두 후보가 정치철학을 두고 사실상 첫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과거 전력이나 세부 공약 등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통상적인 대결 구도와도 다르다. 이번 설전에서 드러난 두 후보의 차별점은 ‘분노와 개혁’의 리더십, ‘통합과 이해’의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대결 중에도 두 후보 모두 수위를 조절하려는 모습 역시 엿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안 지사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안 지사의 생각도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안 지사도 “기본적으로 문 전 대표와 같은 말이다. 어느 한 축을 강조하는 것이라 대립될 주제가 아니다”며 “정의의 출발은 정의로운 분노로 시작되고 정의의 실천과 마무리는 사랑이다.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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