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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따고 보자” 불안에 떠는 美 이민사회
뉴스종합| 2017-02-22 11:07
지난해 귀화 신청자수 100만명
LA 등 법률 자문기구에 문의 쇄도
귀화 강습 대기시간 배로 늘어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여파로 미국 이민사회가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면서 시민권 취득 열풍이 거세다.

지난달 이후 미국에서 귀화 신청자 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했다.

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귀화 신청자 수는 100만명에 달해 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트럼프의 반 이민 유세 속에 지난해 12월 신청료 인상을 앞두고 신청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LA와 메릴랜드, 뉴욕 등지의 법률 자문 기구에는 미국 시민이 되는 방법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LA에선 매달 아시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귀화 강습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기 시간이 배로 껑충 뛰었다. 또 트럼프의 무슬림 7개국 국적자에 대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 이후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 무슬림 단체와 메릴린드와 뉴욕 지역의 라틴계 단체들에는 시민권 관련 문의가 배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LA에서 열린 귀화 기념식에는 6000여 명이 참석해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인이 되기 위한 긴 여정의 정점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보다 한주 앞서 시카고에서 열린 귀화 기념식에서 시리아 이민자들이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는 모습은 미국내 정서적인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민자들은 투표권과 더 나은 일자리, 미국인 여권 등을 바라보고, 또는 해외에서 가족을 데려오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이들은 이런 혜택에 대한 기대보다 당장 언제 내쫓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민권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LA에 위치한 비영리 민간 인권단체 ‘아시아계 미국인 정의진흥협회’(AAAJ)의 나심 칸사리 시민권 프로젝트 매니저는 “선거 후 귀화 열망이 바뀌고 있다”면서 “반 이민 성향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귀화가 더 나은 기회를 얻고,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A 귀화 기념식에 참석한 에릭 다니얼리안(21)은 “나는 더이상 이란 시민이 아니다”면서 “이제 좀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재 800만명 이상이 미국 귀화 자격 요건을 갖춘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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