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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모순…무슬림 내쫓으며 反유대주의 비판
뉴스종합| 2017-02-22 11:07
美내 유대인겨냥 테러위협 증가
트럼프 “끔찍한 일…중단돼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해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며 미국 내 확산되고 있는 ‘반(反)유대주의’를 비판했다. ‘반(反) 이민’ 행정명령 강행으로 인종차별주의자 비난을 받아온 그가 특정 종교, 인종을 옹호하고 나서자 미국 언론들은 그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해 “미국이 오랫동안 분열돼 있었지만 우리는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단결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 내 팽배한 반유대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 시설을 겨냥한 테러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며 “끔찍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반유대주의는 증오와 편견, 악을 뿌리 뽑기 위해 여전히 우리가 일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매우 슬픈 일”이라며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발언을 놓고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 운동이 거세지는 등 인종 갈등이 고조되자 이를 완화하려는 행보라고 풀이했다.

미국 전역에선 20일 하루에만 10여개의 유대인주민센터(JCC)가 폭탄테러 위협을 받았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유대인 묘지에선 100여 기의 비선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미국 내 반유대주의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반유대주의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지만, 유대인 지도자들과 의회 압박에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재계에 걸쳐 유대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21일 트위터에 유대인시설에 대한 폭탄테러 위협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미국은 종교적 관용의 원칙 위에 세워진 나라”라며 “예배의 거처이자 종교 센터인 유대인 커뮤니티센터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방카가 반유대주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사적인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 이방카는 유대인인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한 유대인이다.

이와 관련, 미국 내 유대인 단체가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반유대주의에 강하게 물들어 있다”며 질타했다.

CNN에 따르면 ‘상호 존중을 위한 안네 프랑크 센터’(AFC) 사무국장인 스티븐 골드스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트럼프와 그의 관리들이 몇 주간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고 반유대주의를 반영하는 일들을 생략한 후에 생색을 내려고 한심한 ‘강조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주의, 종교차별주의자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그는 17일 기자회견에서도 반유대주의에 대한 질문하는 유대인 기자에게 “자리에 앉아라”, “공정한 질문이 아니다”라고 무시하는 태도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백악관은 AFC의 성명을 반박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 성, 피부색 때문에 공격하는 사람들을 맹렬히 비난했다”며 그동안 나라를 통합하는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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