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사적 문제 해결에 유용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줄 민간 차원의 정보조사 서비스업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름하여 탐정업(민간조사업), 즉 공인탐정이 그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윤재옥 의원의 공인탐정법(안)을 중심으로 경찰청도 그 유용성을 평가하고 법제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많은 국민들은 복잡한 생활양태와 당사자주의 강화 등 소송 구조의 변화에 부응한 결단임에 주목하고 조속한 결실을 기대하고 있으나, 탐정의 역할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세간의 몇 가지 논점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첫째 대한 변협은 “검찰과 경찰 그리고 변호사가 이미 탐정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어 별도의 탐정이 불필요 하다”고 한다. 변호사나 검사가 탐정활동을 직접 해내기엔 사실상 비현실적 직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탐정 수요는 주로 경찰이 감당해 내고 있다”는 논리로 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탐정 수요는 ‘경찰공공의 원칙’ 등 ‘경찰권의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경찰이 도움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민사 또는 민·형사가 혼재된 사안들이다. 따라서 경찰의 수를 몇배 더 늘려도 탐정을 갈구하는 수요는 줄어들리 만무함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에 선진국에선 사적 의문의 해소엔 사립탐정의 역할이 적격임을 공인한지 오래이며, 변호사는 탐정의 역할을 성원하는 단골고객의 위치에 있음을 외면 말았으면 한다.
둘째 “탐정에 의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은 과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평균 320명의 탐정이 전문직업인으로 활동 중이다. 용인시 정도의 도시에 320명, 서울만한 지역에 3200명의 민간조사원이 시민의 애로를 돕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탐정업을 신고제로 운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인구 대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6만여명의 사설탐정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이 수임하는 건수는 연간 250만건에 이른다. 이는 탐정 1인이 연간 42건을 처리하는 적잖은 일이다. 하지만 “탐정 때문에 사생활이 불안하다”는 원성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 현지 경찰과 교민 등의 전언이다.
셋째 변협은 또 “탐정업은 검ㆍ경의 전관비리를 조장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로 들린다. 전관비리는 법조 등의 일부 고위직 전관을 중심으로 저질러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하위직 전관비리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그들은 잠시 어울리는 일 조차 꺼리고 있다. 전관이 오면 “책상 앞에 앉아 졸던 직원도 급히 수화기를 들고 전화 통화 중인 시늉을 하거나 화장실에 간다며 접촉을 피한다”는 것이 오늘날 전현직간 분위기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자칫 개인정보 하나만 흘려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엄중함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