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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독극물 VX “눈 앞 캄캄ㆍ온 몸 타들어가는 기분”
뉴스종합| 2017-02-26 18:52
VX중독 생존자 증언

“처음엔 아무 증상 없어”



[헤럴드경제] 김정남 피살 사건에 쓰인 독극물 VX의 중독은 처음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30분정도 뒤부터 눈과 가슴, 폐, 피부 등이 타들어 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가오카 히로유키(78)는 VX중독에 대해 “눈앞이 캄캄해지고 가슴과 폐가 타들어가는 기분, 온 몸에 땀이 솟고 피부에 불이 붙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가오카는 20여년 전 일본 종교단체 옴 진리교 신도로부터 신경성 독성물질 VX공격을 받았다가 혼수상태 끝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바 있다. 그는 24일 NHK 방송,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1995년 경험했던 VX노출 증상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는 도쿄(東京) 인도를 걷던 중 옴진리교 신도가 뒤에서 뿌린 VX에 노출됐다.

하지만 나가오카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며 피습 이후에도 새해 인사 편지를 부치고 집까지 걸어갔다고 전했다.

30분 정도 지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이상할 정도로 캄캄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첫 증상이었다. VX가 신경계를 교란하면서 동공이 수축하자 주변이 어두워져 보인 것이다. 곧이어 가슴과 폐가 타는 듯이 뜨거워졌고 그 기분이 전신으로 번지면서 온몸에서 땀이 솟았다. 나가오카는 방바닥에 쓰러져 불에 타는 듯한 피부를 긁어댔고 고통 속에 몸을 비틀고 구르다가 곧 정신을 잃었다. 그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무려 2주 뒤였다.

그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옴진리교 신자가 뿌린 VX가 대부분 피부가 아닌 외투 옷깃 아래쪽에 묻었고, 이송된 병원에 사린가스 공격을 받은 피해자를 치료해 본 의료진이 있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덕으로 풀이된다.

김정남도 피습을 받은 후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공격을 받은 직후에는 걸어서 공항내 치료소까지 이동했다. 이후기절할 것 같은 상태에서 도움을 청해 공항 내 치료소로 옮겨졌고, 발작증세도 보였다. 상태가 위중해 들것에 실려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6일 김정남이 VX에 중독된 이후 15분에서 20분안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부검결과 김정남의 사인은 VX중독이라고 공식 발표 한 바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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