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이사회 능동적 역할…삼성, 계열사 자율 ‘新경영’스타트
뉴스종합| 2017-03-02 11:20
총수중심 집단 체제 단절
사장 선임·투자 결정 등
거수기 아닌 이사회 능동적 역할
이사회 내 CEO추천위 신설


삼성이 한국식 그룹 총수 경영의 구태를 벗고, 계열사 중심의 ‘신(新)경영’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향후 삼성 계열사 이사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오너가 큰 그림을 제시하면 컨트롤타워는 전략을 짜고 계열사가 이행하는 수직적인 구조로 운영됐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경영쇄신안에서 삼성은 기존 선단식 경영에서 탈피해 계열사 이사회가 주축이 되는 성장 방정식을 새롭게 제시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와 결별하는 방법론으로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쇄신안 중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계열사 자율 경영’이다. 이는 각 계열사들의 의사결정구조가 근본적으로 뒤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계열사별로 경영한다는 의미다. 이사회와 주총 의결을 거쳐 인사와 투자 등 경영사항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자율 경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각계열사 최고 의사결정기구지만, 총수중심인 한국의 경영여건상 오너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 삼성‘의 핵심인 ’이사회 중심 경영‘은 이 부회장의 평소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비서실 기능이 강한 미전실을 없애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을 하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했다. 이 부회장의 준거집단은 피아트 등 글로벌기업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은 이탈리아 자동차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 이사회에 매년 참석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변화의 단초를 던진 이도 이 부회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진 교체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제시하면서 이사회의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7년 정기주총에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이사진을 영입하기 위해 후보군을 직접 접촉하는 등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경영시대가 열리면서 삼성 각 계열사 이사회 기능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이 주도했던 최고경영자 선임을 비롯해 주요 경영현안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28일 삼성SDI가 이사회를 열어 전영현 신임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이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미 삼성전자도 기부금 집행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사회에 의결권한을 줬다.

각 이사회 산하 위원회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대상은 각 계열사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다. 삼성전자ㆍ물산ㆍ생명 등 주력계열사의 경영위원회는 모두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 경영위원회는 이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으로 구성돼있다. 삼성물산 경영위원회에는 최치훈 사장, 김신 사장, 김봉영 사장, 이영호 경영기획실장 등이 참여한다.

경영위원회는 전략과 사업계획, 구조조정, 임직원 급여체계 등을 심의ㆍ결의한다. 앞으로는 경영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사업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각 계열사가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맡으면서 각사 이사회 내 CEO추천위원회 등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의 참여범위를 넓혀 투명한 이사회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각 계열사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높지 않은 만큼 각 사 사업 영역에 맞게 새로운 인사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계열사별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권도경 기자 / k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