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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주자들의 ‘포스트탄핵’ 전략은
뉴스종합| 2017-03-05 11:00
- 與 공격에서 통합 리더십 강조로 전환…대선주자별 차별화 지속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이번 주중으로 예상되면서 인용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야권 주자들이 ‘포스트탄핵’ 국면에서 어떤 전략적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탄핵이 인용되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레이스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야권 주자들은 대체로 ‘탄핵 최우선’ 기조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에 무게를 뒀지만, 인용 후에는 국민 통합을 위한 리더십에도 무게를 둘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히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나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대선의 중심 이슈를 ‘적폐청산’에서 ‘통합’, ‘미래’ 등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文 ‘적폐청산과 치유ㆍ통합’=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크든 작든 대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2위 싸움이 다시 불붙는 구도 역시 전략 궤도수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은 탄핵이 인용되면 이후의 기조에 대해 ‘적폐청산 원칙은 확고하게, 대신 국민의 상처 치유와 통합 노력도 함께’라는 말로 설명했다.

안 지사는 탄핵이 인용된다면 이제까지 밝혀온 ‘협치와 대연정’이라는 원칙을 더욱 강조할 전망이다.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반목이 더욱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는 진영논리를 탈피하자는 주장이 유권자의 마음을 더 얻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시장은 탄핵 인용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여전히 ‘선명한 진보’를 앞세워 안 지사와 ‘결선 티켓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이다 발언’이나 진보적인 구호로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전략이었다면, 향후에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실력있는 진보’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安ㆍ孫, 文과 경쟁 부각=안 전 대표는 만일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이후 본격적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과거의 적폐청산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넘어가면서 ‘미래형 지도자’에 가장 가까운 안 전 대표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 측에서는 국민통합은 물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형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띄울 전망이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이 갖춘 경험과 경륜이 최대의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안 전 대표를 견제할 전망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선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국민의당 당원들은 경험과 경륜이 있는 손학규를 후보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朴 대통령 사법처리 놓고 주자들 속내 복잡=탄핵이 인용될 경우 주자들의 노선 변화를 확인할 ‘리트머스 시험지’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꼽힌다.

지난 3일 CBS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도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문 전 대표), “정치적 타협과 해법 논의를 거부한다”(안 지사), “즉시 구속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이 시장) 등의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만일 탄핵이 인용되면서 ‘국민통합’이 핵심적인 시대정신으로 떠오른다면 사법처리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강력한 사법조치는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탄핵 기각ㆍ각하 시엔 야권 대혼란=향후 대응방향이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탄핵이 기각되거나 헌재가 각하할 경우 야권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대선’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탄핵을 주도한 야권은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탄핵에 힘을 실었던 야권 대선주자들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게 터져나올 가능성이 커 주자들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습하면서 출구를 모색할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각ㆍ각하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에 승복할 것인지가 주자들의 행보를 가를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기각시 정치인은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안 지사는 “결론이 나면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과거 문 전 대표는 “탄핵 기각시에는 혁명밖에 없다”고 했고, 안 지사는 “국민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당연히 존중해야죠’라고 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정치인이 말로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승복하겠다고 하고 집회에 나가면 그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겠는가”라고 하는 등 누구보다 강하게 결과 승복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 시장은 “기각되면 국민이 손잡고 끝까지 싸워 비리세력을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말해 불복종 논란을 일으켰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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