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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유혈사태 부른 탄핵 반대 집회, 경찰 대응 적절했나
뉴스종합| 2017-03-13 10:01
- 갑호비상령 불구 유혈사태 못 막아
- 현행범 체포ㆍ휘발유 등 검문 소극적
- 폭력 선동 집행부 사법처리도 안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빨갱이 놈들 다 찔러 죽여야지 안되겠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인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10일 안국역 일대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탄핵 인용에 격분한 친박단체 회원들은 경찰은 물론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수십명씩 달라붙어 폭력을 행사했지만 경찰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빈축을 샀다. 

[사진설명=탄핵 선고 당일 경찰은 갑호 비상령을 서울지역에 내리고 2만여명의 경력을 배치했지만 친박단체의 폭력 집회를 막지도, 통제하지도 못했다. 결국 3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경찰 역시 33명이 부상을 당했다. ]

지난 10일 오후 5시 45분 께 안국역 일대를 지나가던 20대 남성 A씨를 갑자기 50~60명의 친박단체 회원들이 둘러싸고 폭행했다. 이유는 없었다. 젊다는 이유로 촛불집회 참가자로 몰렸고 테러의 대상이 된 것. 경찰 5명 가량이 힘들게 말리다가 추가로 20여명의 경찰이 붙어서야 떼어낼 수 있었다. 폭행 사건의 현행범이었지만 경찰은 이들을 현장에서 검거하지 않았다. 경찰의 안이한 대응에 폭력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순간이었다.

집회 현장에는 이들이 사전에 준비한 죽창이 날아다니기도 했고 경찰 버스에 불을 지르는 상황도 발생했다. 태극기봉은 쇠파이프로 돌변해 기동대원과 취재진에게 날아들기도 했다. 이중에는 태평로 파출소 앞에서 휘발유 뚜껑을 열고 불을 붙이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 참가자도 있었다. 집회 현장에는 위험한 물질이나 도구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이전 집회들과 달리 경찰은 위험물질 반입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탄기국의 폭력 사태는 3명의 사망자를 불렀다. 특히 정모(65)씨는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박으면서 떨어진 스피커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유혈사태 와중에 차벽으로 사용된 경찰 버스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사진설명=탄핵 선고 당일 경찰은 갑호 비상령을 서울지역에 내리고 2만여명의 경력을 배치했지만 친박단체의 폭력 집회를 막지도, 통제하지도 못했다. 결국 3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경찰 역시 33명이 부상을 당했다. ]

앞서 경찰은 이날 탄핵 심판 선고가 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대규모로 열릴 집회가 과열될 것으로 우려해 서울지역에 갑호 비상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헌재와 청와대 인근에 271개 중대 2만 1600여명의 경비 경력이 투입했지만 폭력사태를 막지 못했다. 결국 지휘부의 안일한 대처에 현장에 나선 경찰 33명도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이날과 이튿날 주말 집회에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검거한 인원은 총 16명. 경찰은 이들을 대부분 불구속 입건했다. 이같은 숫자는 2015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던 2015년 11월 15일 민중총궐기 당시 하루에만 51명이 연행된 것과 비교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같은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 친박단체 집행부는 박사모 카페 등에 “탄핵이 인용되면 각자 자발적으로 혁명 주체로 나서라”며 폭력사태를 부추겼다. 이들은 당시 현장에서도 “뒤쪽에서 좌빨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흥분시켰다. 집회 내 안전을 유지해야 할 질서 유지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설명=탄핵 선고 당일 경찰은 갑호 비상령을 서울지역에 내리고 2만여명의 경력을 배치했지만 친박단체의 폭력 집회를 막지도, 통제하지도 못했다. 결국 3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경찰 역시 33명이 부상을 당했다. ]
그러나 경찰은 정 회장 등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당초 정 회장이 “경찰이 나에게 지명 수배를 내렸다는 무전을 엿듣고 안전한 곳에 피신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사실 무근”이라며 “지명수배를 한 적도 없고 체포를 시도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를 ‘소요죄’로 사법처리 했던 것과는 대비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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