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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복고 바람… 혁신 잃은 ‘고인 물’ 되나
뉴스종합| 2017-03-14 09:01
-과거 PC게임 활용 모바일 게임 줄지어 출시
-마케팅 경쟁 격화 속 신생업체 고사 우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추억의 PC 게임들이 하나둘 소환되고 있다. 기존 지적재산권(IP)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라는 우호적 평가도 있지만 성숙기에 다다른 모바일 게임 시장이 혁신을 잃고 고여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따르면, 14일 현재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 1위는 한빛소프트가 지난 9일 출시한 리듬 댄스 게임 ‘클럽 오디션’이다. 한빛소프트는 2004년 PC 게임으로 처음 선보여 크게 흥행한 ‘오디션’을 모바일 버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클럽 오디션’은 일부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기존 버전과 큰 틀에서 동일하다.

[사진=한빛소프트 모바일 게임 ’클럽 오디션‘]

플레이스토어 기준 최고 매출 게임 역시 PC게임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석달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또 8위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랭크돼 있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중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리니지 바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옛 PC 게임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은 앞으로도 줄줄이 출시가 예고돼 있다. 웹젠은 오는 23일 모바일 MMORPG ‘뮤 레전드’를 공개 서비스할 계획인데, 이는 2001년 출시된 PC 게임 ‘뮤 온라인’의 세계관을 잇는 게임이다. 다음달에는 드래곤플라이가 PC게임 ‘스페셜포스’를 원작으로 삼아 개발한 모바일 슈팅 게임 ‘스페셜포스 모바일’이 출격할 예정이다. 또 그라비티는 PC 게임 ‘라그나로크’의 IP로 만들어 중화권에서 서비스 중인 ‘RO선경전설:부흥’을 상반기 중 국내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게임사들이 과거 인기를 끌었던 PC게임을 모바일로 다시 옮겨오는 것은 시장이 커지면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3조8905억원으로, PC게임(5조2804억원)의 70% 수준으로 성장했다. 

 
[사진=엔씨소프트 모바일 게임 ‘리니지M’ 플레이 영상]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는 신작들의 러시가 이같은 붐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지만, 이는 역으로 무수한 경쟁작들을 뚫고 이용자들의 간택을 받는 것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업체들로서는 이용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PC게임보다 개발 및 유통 진입 장벽은 낮지만, 그 때문에 너무 많은 작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장벽이 생겼다”라며 “기존 PC게임 IP는 이용자들에게 익숙하고 이미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자본력 없는 신생업체들의 성장을 막는 요소가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소게임업체 관계자는 “IP를 확보하거나 대규모의 마케팅을 동원할 수 없는 벤처게임사들로서는 개발력으로만 승부해야 해 더욱 어려운 싸움이 되고 있다”며 “어떤 문화 장르건 리메이크 작품이 득세하면 시장의 창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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