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싸움날라” 탄핵이야기 금기…부자사이도 갈라놨다
뉴스종합| 2017-03-14 11:10
탄핵 찬반 의견차로 ‘가정불화’
딸바보 아빠도 “탄핵무효”역정


#1.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고 경북 의성에 살고 있는 송현범(86ㆍ가명) 씨 가족은 세대별로 입장이 확연하게 갈라졌다. 평소 화목하기로 유명한 집안이지만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세대간 의견이 하늘과 땅차이였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몸소 겪었고, 1970년대부터 면내 여당 조직을 맡아 20여년간 활동해왔던 송 씨는 탄핵이 과한 처사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60대인 송 씨의 첫째, 둘째 아들은 송 씨의 의견과 같았다. 하지만 아직 50대 중반인 막내 아들을 비롯해 손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사법 처리를 지지하며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심지어 손자들 가운데선 야당 당원도 있었다. 가장 최근 모든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설 연휴엔 술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커다란 의견차를 보이며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2. 서울 강남에 사는 양효주(28ㆍ여ㆍ가명) 씨는 지금껏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양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렸고, 이를 본 양 씨의 아버지가 “이런 글 잘 못 올리면 밖에 나가 큰일나는 수가 있다. 당장 지우라”며 역정을 냈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의 행동에 대해 관대하기만 하던 아버지였기에 정치적 성향 때문에 처음 발생한 갈등은 양 씨에겐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퇴거했을 때도 양 씨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집에서 마음껏 좋아하는 티를 낼 수 없었다. 양 씨는 “아버지라면 마음속으로는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태극기를 수십번도 들고 나가셨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여전히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집안에서 관련 이야기에 대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한 각종 선거에서는 ‘세대 간 갈등’이 과거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지역감정’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세대 간 갈등 양상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있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 역시 이 같은 세대갈등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12일 이틀간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이 19세 이상 전국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탄핵 인용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20대는 99.4%, 30대는 95%, 40대는 93%가 탄핵 인용이 적절했다고 응답하는 등 대다수가 박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비해 50대는 78.7%, 60대는 65.5%만이 박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신동윤·박로명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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