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인자본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코스피(KOSPI) 지수의 본격적인 박스권 탈피가 기대되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한-미 간 금리차 역전은 외인의 자금이탈로 이어지고 우리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
▶양상이 달라졌다=Fed가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FF) 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히자 시장은 오히려 안도했다.
여기에 Fed가 금리인상 횟수에 대해 기존 방침인 연 3회를 유지하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자 미 주식시장은 오히려 소폭 오른채 마감했다. 시장은 연 4회를 예상하기도 했으나 Fed는 지난해 12월 방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향후 2번의 금리인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코스피 지수 역시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16일 장 초반 2150선을 넘어섰다.
사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2차례의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봐도 그 변화가 감지된다. 코스피가 어느정도 내성을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3년 ‘테이퍼 탠트럼’(Fed의 양적완화 축소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증시도 출렁였고 지난 2015년 12월, 7년 만의 금리인상 당시에도 시장의 충격이 컸다. 당시 코스피는 한 달 동안 3.52%(1969.40→1900.01)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은 양상이 달랐다. 코스피는 금리인상 이후 한 달 간 1.34% 올랐으며 지난 14일까지 3개월 동안 4.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5년 12월 미국 금리가 처음으로 인상됐을 때 코스피는 1969이며, 지난해 12월 두 번째 올렸을 때 2036, 그리고 3월(9일) 기준 2091로 ‘기준금리 인상=주식시장의 점진적인 상승’ 구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코스피 약세’ 공식은 깨질 수 있다=이번 Fed의 금리인상과 관련해 상당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시장의 낙관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완화적이었던 성명서를 확인한 만큼 이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국내증시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실적 기대감과 대내 불확실성 제거로 외국인이 국내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점진적 정책 경로에 대한 입장을 강조함에 따라 3월 FOMC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긴축 일정에 대한 불안 또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접근도 가능하다”고 봤다.
지기호 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주식시장에 나쁜 재료가 아니다”며 “오히려 금리를 내릴 때가 위기 또는 경기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국면에서 코스피 추이는 점진적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한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3월 FOMC회의를 계기로 점차 나아질 것”이라며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 사상최대 배당금 등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사면 오르고 팔면 하락하는 ‘외국인 의존형 장세’가 이어졌는데 4월부터는 이러한 흐름에서 조금씩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금리차는 우려된다=그럼에도 여전히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우려된다. 이미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500조원을 넘어섰고 이들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그동안 지지됐던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고 Fed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준금리를 2회 인상할 경우 금리가 역전된다.
한대훈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축소됐고, 하반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 정책금리 역전→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경계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원/달러 환율 변화 역시 증시의 변수다. 달러강세는 모두 증시에 양쪽으로 영향을 준다.
Fed의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Fed의 금리인상은 미 경제의 호조를 반영한 만큼 대미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 수출 기업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달러강세는 원화약세를 의미하고, 이는 환율게임을 하는 국내증시의 외국인투자자들의 수급을 약화시킬 수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화약세 압력이 높아지면 외국인 수급이 악화되거나 순매수강도가 약화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4월까지는 원/달러의 강약요인과 그 흐름을 통해 외국인수급 변화를 선제적으로 판단하고 스타일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원화약세와 외국인 수급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위험관리 및 비경기 관련주의 비중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