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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무능도 박 전 대통령 구속 자초했다
뉴스종합| 2017-03-31 10:18

-상황 악화되는데도 분위기 파악 못한 박 측 변호인들
-정작 중요할 땐 수사거부, 뒤늦게 나섰지만 역부족
-친박 위주 변호인 구성 객관적 법률자문 했을 지 의심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결국 구속됐다. 지난해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일관되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법기관의 판단은 달랐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시켰고, 검찰은 직권남용, 강요죄 뿐 아니라 뇌물죄 혐의까지 적용해 기소했으며,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조력을 받는 변호인들의 무능도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 결과가 발표된 직후, 검찰 수사관들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앞으론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와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됐다. 

[사진설명=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되기 전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줄곧 ‘자신은 잘못이 없다’. ‘무고하게 엮였다’는 태도로 일관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최측근인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자신이 공범으로 거론되고 있는데도 ‘나는 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탄핵심판을 받게돼 직무가 중단된 가운데도 기자들과 만나 그저 “저를 도와줬던 분들이 많은 일을 열심히 한 것인데, 고초를 겪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대부분 언론이 자시의 주장을 보도하지 않자, 보수성향 한 언론인의 개인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밖에선 검찰과 특검 수사, 국회 탄핵소추 결의, 헌법재판소 탄핵, 다시 검찰 수사, 구속영장 청구 등 상황이 계속 악화됐다.

일각에서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외부와 소통을 멀리하면서 청와대 관저를 근거지로 친박 성향의 변호인과 지지자들에 휩싸여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였다.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이 보여준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혐의에 대한 구체적 법리 논쟁을 치밀하게 준비하기보다 사건 본질과 무관한 최순실과 고영태 내연 관계를 부각시키거나, 탄핵 심판 의결 절차를 문제 삼는 등 지연 전술로 일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법정에 태극기를 흔드는 변호인의 태도에 몰상식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판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재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변호인들이 조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측은 상황 판단을 전혀 못하는 듯 보였다. 헌재는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올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뒤늦게 부랴부랴 서울 삼성동 자택을 수리하고, 파면 결정이후 57시간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검찰에 출석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측은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된 듯 행동했다. 14시간 조사 후 조서 검토만 7시간 반을 쓰면서,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와 함께 밤새 ‘이 부분은 내가 진술한 취지와 다르다’,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해 달라’는 등 적극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측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후,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다소 뜬금없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사진설명=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변호인 등과 함께 청사를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고 돌아온 날 아침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객관적 상황은 박 전 대통령측 판단과 전혀 달랐다. 검찰은 대면수사 후 5일만인 이달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존에 최순실 안종범 등과 함께 공범으로 적시한 직권남용, 강요죄 외에도 뇌물죄까지 포함시켰다. 뇌물죄는 1억원 이상 수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징역 10년이상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총 298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3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필사적이었다. 이번엔 영장실질심사로 8시간40분을 쓰면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뒤 최장 시간 심사를 기록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도 박 전 대통령의 생각과 달랐다. 예상보다 빨리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구속됐다. 2016년 10월25일 한 종합편성채널이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를 증거로 국정농단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한지 5개월6일만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박 전 대통령측 변호인들이 제대로 조력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탄핵으로 파면될 때까지 수사를 거부한 것은 박 전 대통령 의지일 수도, 변호인들의 전략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헌재 파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검찰 구속영장 청구의 사유가 됐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모습과 지속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한 태도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수호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친박’ 성향 변호사들이나 자신의 지지자들과만 소통하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지지자들로만 구성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제대로 법률 자문을 했을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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