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전두환, “시대적 상황이 12ㆍ12와 5ㆍ17 불렀다…내 삶 후회 없어”
뉴스종합| 2017-04-02 20:11
-“12ㆍ12는 주저없는 선택이자 목숨 건 결단”…회고록서 주장

[헤럴드경제]전두환<사진> 전 대통령이 출간을 앞둔 회고록에서 12ㆍ12 사태와 5ㆍ17이 시대적 상황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전두환 회고록』 서문에서 전 전 대통령은 “어떤이들에게는 아직도, 12ㆍ12와 5ㆍ17이 내 사적인 권력 추구의 출발점이라고 단정되고 있겠지만, 나를 역사의 전면에 끌어낸 것은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서술했다. 이어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는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을 요구한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비상한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퇴임 이후 백담사 유배와 ‘역사 바로 세우기’ 재판 등으로 영어의 몸이 된 이후칩거에 들어간 전 전 대통령이 12ㆍ12와 5ㆍ17 등 자신이 관련된 굵직한 현대사에 대해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전 대통령은 “순리에 따른 절차에 얽매여서, 사후의 책임 추궁과 비판을 두려워해서, 때를 놓치면 자칫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고 12ㆍ12와 5ㆍ17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인물의 등장은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며 “나는 역사가 사용한 하나의 도구였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12ㆍ12 결행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나는 국가의 운명을 마주해야 했다. 역사의 진행을 시류와 대세에 맡겨둘 수만은 없었다. 나는 청년 시절 조국 수호를 위해 군문에 뛰어들던 때의 초심을 되새겼다”고 썼다. 이어 “대의를 살펴 판단했고 내 삶의 신조가 가리키는 대로 결심했고, 내가 일하던 방식대로 행동했다. 12ㆍ12였다. 그 일은 나의 주저없는 선택이었고 목숨을 건결단이었다”고 역설했다.

5ㆍ17과 관련해서는 최규하 대통령 정부의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국수습방안이었다고 서술했다.

5ㆍ17은 지난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인사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국회 폐쇄 등의 조처를 내린 사건이다.

그는 “그 일은 대통령의 정보참모로서 내 직무 수행이었다”며 “최 대통령은 다음날 나의 건의안을 재가했다. 나라를 제대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그렇게 시국을 수습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먼저 자신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줄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7월 31일 최 전 대통령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오늘의 이 난국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사람은 군의 신뢰를 받는 전 사령관뿐”이라며“후임 대통령을 맡아달라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의 대통령 취임은 상황의 산물이고 시대의 요청이었다. 나 개인으로 보면 사적인 권력 의지의 성취가 아닌 운명적 선택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집무실 책상에 임기 중 반드시 해야 할 다섯 가지 과제를 적었다고 한다.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룬다 ▷경제를 살려내자 ▷사심 없이 인재를 등용하자 ▷자율과 개방으로 가야 한다 ▷국가를 지켜내야 한다 등 다섯 가지 과제 중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은 ‘평화적인 정권교체’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소정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정부를 평화적으로 후임에게 이양한 것은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나는 죽어서 나오지도 않았고 해외로 쫓겨 가지도 않았다. 나는 퇴임 후의 그 모든 매도와 능멸과 저주까지도 감당할 수 있었던 내 삶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지금 나는 원고지를 앞에 놓고 지난 생애를 돌아보면서 나의 조국과 국민과 역사 앞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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