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집단대출 규제 ‘일파만파’] 꽉 막힌 ‘돈맥’…분양시장 ‘곡소리’
부동산| 2017-04-05 11:33
대기업·계약율 95%에도 ‘No’
중소건설사 “회사 망할 수도”
새집 자금 ‘각자 마련’ 우려도

“우리 같이 1년에 한두군데 분양해서 먹고 사는 건설사들은 유동성이 막히면 한 방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회사 자금을 담보로 맡겨서라도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사업장 하나하나가 살얼음 판입니다.”(A 중소건설사 관계자)

정부가 지난해 가계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내놓은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서민과 건설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미분양이 전혀 없는 건전한 사업장까지도 은행권과 제2금융권에서 중도금 집단대출을 미루거나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건설사는 ‘대출 절벽’에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고, 주택 실수요자인 서민들은 내집 마련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5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8일~올해 1월 31일 분양한 사업장 52곳 가운데 2월 20일 기준으로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한 곳은 15곳에 불과했다. 3곳은 분양 계약률이 80%에 미치지 못해 대출 심사가 거부됐지만, 계약률 95%가 넘는 우수사업장 30곳 중에서도 17곳이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당초 지난달 15일이 1차 중도금 납부일이었지만 금융기관들과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결국 납부 기한이 연기됐다. 현재는 협의가 완료된 상태지만 최종 대출 승인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우건설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것 외에도 정부의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전에는 은행권이 분양 계약 시점부터 중도금 대출 협약을 확정해줬는데, 이제는 ‘중도금 납부 한 달 전이 되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대형사나 분양 계약이 다 끝난 곳도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중견ㆍ중소건설사의 위기감은 훨씬 심각하다. 충청권의 한 중견건설사는 중도금 대출을 받기 위해 최근 분양 계약에 돌입한 아파트의 계약률을 최대한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영업이익률이 10%에 가깝고 부채비율도 낮을 정도로 안정적인 회사지만 대출 심사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1대1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집단대출을 거부하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2금융권마저도 집단대출을 거부하겠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여차하면 계약자가 각자 알아서 중도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은행을 못구한 사업장이 있지만 그 수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대출을 푼다거나 하는 사정변경은 없고, 모니터링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면 정책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정찬수ㆍ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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