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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유엔 평화유지군 성범죄에 지구촌 ‘경악’
뉴스종합| 2017-04-13 12:09
AP통신 “12년간 2천여건 발생”
푼돈으로 아이티 아동 유인 범행
대부분 처벌받지 않은 채 어물쩍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범죄를 상세히 고발하는 피해자 증언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아이티 등 전세계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12년간 저지른 성범죄는 무려 2000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유엔의 내부 조사보고서와 자체 탐사 결과를 통해 지난 2004∼2016년 아이티 주둔 평화유지군이 저지른 150건의 성폭행과 성착취 내용을 공개했다. 방글라데시, 브라질, 요르단,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우루과이, 스리랑카 등에서 파견된 평화유지군들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이티에 파견된 스리랑카 소속 평화유지군 중 최소 134명이 2004∼2007년 당시 9명의 12∼15세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본국으로 114명이 송환됐으나 단 한 명도 징역형을 살지 않았다. 이 매체는 지난 12년간 유엔 평화유지군과 직원이 저지른 성범죄가 2000 건에 달했고 이 중 300건 이상이 어린이와 연관됐다고 했다.

아이티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은 거리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들을 과자와 ‘푼돈’으로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1’로 명명된 아이티 소녀는 12살 때부터 3년 동안 자신에게 75센트를 준 ‘사령관’을 포함해 유엔 평화유지군 50명과 성관계를 했다고 유엔에 진술했다. ‘피해자 3’은 유엔 조사관들이 내보인 사진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11명의 군인을 짚어냈고 ‘피해자 4’는 돈, 과자, 주스를 주는 군인들과 매일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7’은 병력이 교대되면 자신의 전화번호가 새로 오는 군인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소년이었던 ‘피해자 9’는 15살부터 3년 동안 100명이 넘는 스리랑카군을 하루 평균 4시간씩 상대했다고 말했다. 유엔 보고서는 “너무 내용이 많아 보고서에 속속들이 기술할 수 없다”고 썼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유엔 평화유지군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평화유지군은 각 회원국이 파견하기 때문에 유엔은 평화유지군에 대한 직접적인 사법권이 없다. AP는 성범죄 용의자의 파견국 정부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답변은 매우 적었고 답변을 하더라도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취임 후 “유엔의 깃발 아래서 이런 범죄를 일어나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P통신은 구테헤스 사무총장이 밝힌 조치와 각오는 10년 전에 나온 것과 유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개혁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분담금을 삭감하면서 유엔에서 미국 주도로 평화유지활동이 전면 재검토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보도가 향후 평화유지활동 재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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