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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다이어트’ 들어선 대한민국…성인남녀 46% “인맥컷팅” 경험 있어
헤럴드경제| 2017-04-17 16:16

[헤럴드경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는 현대사회의 자본은 경제자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자본’ 또한 경제 자본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보았다. ‘미니홈피’나 ‘SNS’ 등 ‘관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서비스들이 출시되는 족족 열광적인 성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사회자본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효과적으로 해소해줄 수 있었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요즘에도 이러한 목마름은 유효한 것일까. 취업포털 인크루트(대표 이광석)가 두잇서베이와 함께 공동 기획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 2,526명 중 무려 85%는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피로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으며’, 피로감을 느끼는 주요 원인으로 ‘(상대방과의) 성향/취향의 충돌’, ‘가치관/이념의 충돌’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옛날엔 ‘인맥王’이었는데…” 스스로의 인간관계에 격세지감 느끼는 사람들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2,540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인맥/인간관계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무려 54%의 응답자가 ‘가끔 한다’고 답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절대적으로 많다’는 답변도 20%에 육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25%)’이라는 인식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었으며, ‘학교 졸업, 이사, 이직 등으로 자주 어울리던 지인들과 소원해졌기 때문’이라는 자평(自評)도 21%로 많았다. 이어 ‘사회생활로 바빠져서(20%)’, ‘그간의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껴서(18%)’, ‘결혼, 출산 등 가족을 꾸리게 되면서(15%)’ 등의 답변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을까. 25%의 ‘변화 체감자’는 ‘SNS 계정만 유지한 채, 오랜 기간 휴면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의 연락처를 좀처럼 저장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한 응답자도 23%에 달했다. 아예 ‘내 연락처를 남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꺼린다(18%)’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타인의 게시물에 호불호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소심한 변화를 고백한 이들이 17%로 그 뒤를 이었다.

◆ ‘인간관계 관리, 너무나 피곤한 것’… 응답자 85%, 인간관계서 피로감 느낀 적 있어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태’(관계와 권태의 합성어)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된 듯하다.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85%가 ‘있었다’고 밝힌 것. ‘거의 없었다’거나 ‘전혀 없었다’고 밝힌 이들은 각각 12%, 3%의 응답률에 그쳤다.
지금의 인간관계를 관태롭게 하는 주요 이유는 무엇일지 물어봤다. 가장 많은 선택을 얻은 답변으로 ‘(상대방과의)성향/취향의 충돌(15%)’이 꼽혔다. 근소한 차이로 ‘가치관/이념의 충돌(14%)’이 그 뒤를 이었다. ‘타인에 대한 오해/불신/의심’과 ‘에티켓/기본 예절의 부족’, ‘(본인의) 낯가림, 내성적인 성격에서 오는 부담감’이라는 답변이 각 12%씩을 차지했다.

◆ ‘인간관계 다이어트’ 들어선 대한민국…성인남녀 46%, ‘인맥부자’보단 ‘인맥거지’ 자처
이렇듯 사람들이 느끼는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감은 ‘인맥컷팅(인간관계 다이어트)’이라는 극단적인 트렌드까지 만들어 냈다. ‘인간관계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자, 46%의 응답자가 ‘있다’고 답했으며,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18%나 됐다.

그렇다면 인맥 다이어트, 이른바 인맥컷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보통은 ‘(피로감을 제공한) 상대방을 차단(27%)’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대상자의 연락처를 주기적으로 삭제(23%)’하는 방법도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었으며, ‘안부 인사 등을 보낸 후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으면 인맥컷팅 대상자로 지정’하는 영리한 응답자도 15%나 됐다. 아예 ‘SNS을 사용하지 않는다(14%)’는 답변이나 ‘일정기간 SNS 사용을 중단한다(12%)’는 답변도 나왔다.

인맥컷팅을 시도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원치 않는 타인에게 (SNS상의) 내 프로필을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3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내 진짜 관계(친구)를 찾아내기 위해’라는 답변이 29%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이름을 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23%)’라는 공감되는 답변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본인의 인맥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는 스스로를 ‘인맥거지’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에, ‘인맥부자’라고 인식하는 경우는 4%에 그쳤다. 주변의 ‘인맥부자’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는데, 62%가 ‘(그 많은 인맥들을) 관리하려면 피곤하겠다 싶다’고 답했으며, 19%는 ‘허세스럽다’고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냥 부럽다’는 입장은 16%에 불과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양보다 질적 관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모든 인간관계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과감한 다이어트 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설문 소감을 밝혔다.  

정명우 기자/ andyjung7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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