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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조항’ 탓…현대상선, 부산항 이용할수록 손해
뉴스종합| 2017-04-25 09:21
- 연간 최소 70만개 물동량 보장…미달시 패널티 부여
- ‘부산항 입출항시 HPNT만 이용’ 조항에 타 터미널 이용 불가
- 올해 300억원 안팎 추가 비용 예상…“국적선사 경쟁력 악화시킬 것”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국적 1위 선사인 현대상선이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 PSA(싱가포르 항만공사)와 불합리한 계약 조건으로 부산항을 이용하면서도 외국 선사들 보다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채권단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자구안 차원에서 부산항 신항 4부두(HPNT) 경영권을 PSA에 매각했다.

그러나 PSA가 계약에 △2023년까지 연간 최소 70만개 물동량 보장 △70만개 미달시 패널티 부여 △매년 일정금액 요금 인상 △부산항 입출항시 HPNT만 이용 등의 독소조항을 삽입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HPNT 수출입화물 요율이 부산신항의 다른 터미널과 비교했을 때 2만원 가량 더 비싼 탓에 HPNT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현대상선이 손해를 입는 구조가 된 것이다.

지난 1~3월, 현대상선이 HPNT에서 처리한 화물이 38만TEU. 통상 1TEU를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보는 만큼 산술적으로 이 기간동안 현대상선은 다른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약 76억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 셈이다. 올해 현대상선의 HPNT 수출입ㆍ환적 예상 물동량인 150만TEU를 적용하면 추가 비용은 약 300억원까지 확대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부산항을 이용할수록 출혈이 커지는데 독소조항 탓에 다른 터미널을 이용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PSA가 계약 당시 현대상선의 부산신항 터미널 추가 인수 불가 및 광양항 터미널 인수 불가 조항까지 내걸며 현대상선의 어려움은 적잖은 실정이다.

중국, 대만 등 인근 국가들의 주요 항만별 환적화물 요율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HPNT의 하역요율이 중국 상하이의 1.8~2.2배, 칭다오보다 3.6배, 닝보의 2.4배, 가오슝의 1.5배 가량 더 비싸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 내부에선 차라리 환적 비용이 저렴한 해외 터미널로 옮기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 때문에 국내 선사들이 자국 터미널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산항 발전과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와 각 운영사 회계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부산항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외국계 자본이 경영권 대부분을 쥐고 있는 부산 신항 터미널의 매출과 이익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아랍에미리트의 DP월드가 대주주인 신항2부두(PNC)는 지난해 매출이 약 2213억원으로 전년보다 9.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6% 늘었다. 또 PSA가 최대 지분을 가진 1부두(PNIT)도 매출액이 2015년 대비 2016년 9.8%, 영업이익이 3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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