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성소수자들 게릴라 항의…굳어버린 文
뉴스종합| 2017-04-26 15:51
[헤럴드경제=윤혜정 인턴기자] “저희들도 시민입니다. 사과하세요.”

26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계단 앞에 선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 ‘천군만마 국방안보 특보단’ 출정식이 열린 현장이다. 문 후보가 말을 마치는가 싶은 순간 알록달록한 색깔의 형태가 그를 덮쳐온다.

“성소수자들도 시민입니다. 사과하세요.” 잔뜩 부아가 난 남녀들의 고함이 일제히 쏟아진 것도 그 순간이다. 무지개 깃발을 든 남녀는 이렇게 기습 시위를 펼쳤다. 그 무리는 무지개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문 후보를 함께 쏘아봤다.

[사진=헤럴드경제DB]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언급한 문재인 후보를 향해 이날 성소수자들이 기습 시위로 항의했다.

곧 문재인 후보의 경호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당했고 그들의 상징인 무지개색 깃발도 빼앗겼다. 성 소수자들의 기습시위에 문 후보는 난감해 했다. 이어지는 기념촬영에서도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지난 25일 ‘JTBC 대선후보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문 후보의 언급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서 성소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26일 ‘행동하는성소주자인권연대’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성 소수자 13명이 국회에서 불법 연행됐다”며 문 후보를 비난했다. 이 단체는 “이 자리에서 성 소수자들의 외침은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나를 반대하십니까. 혐오 발언 사과하십시오’가 전부였다”며 “무고한 성 소수자들을 석방하고 문재인 후보는 당장 당신의 혐오를 사과하라 ”고 주장했다.

본인이 성 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유명인사들도 자신의 SNS에서 문 후보의 발언에 일침을 놓았다.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동성 결혼식까지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인권 변호사였던 사람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라고 했고 방송에서 커밍아웃한 디자이너 김재웅 씨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구가라고 하는데 동성애 찬반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나라가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냐”고 비판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세터 활동가 한채윤 씨는 “문재인 반대해도 동성애자로서 나는 내가 인간으로 존엄성이 있음을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다. ‘웃기고 있네!’ 한 마디를 날린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가 수많은 열성적 지지자들을 거느린 지지율 1위 후보라는 점에서 문 후보의 동성애 발언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yoon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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