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어린이날 유통경제학 ①] 장난감, 언젠가부터 죄다 수입산
뉴스종합| 2017-05-04 07:13
-손오공ㆍ영실업 외국에 지분매각
-국산 기업은 미미월드 등 소수
-인기완구 대부분 외국기업 상품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헬로카봇, 터닝메카드와 또봇….

국내 장난감 업계를 호령하는 3개 캐릭터상품은 판매와 제조는 한국에서 하지만 경영권은 외국 기업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는 손오공, 또봇은 영실업이 제조해 판매한다.

두 업체는 지난 3년간 ‘탈(脫)국산’했다. 손오공은 지난해 10월 창업주인 최신규 회장 일가는 보유 지분 11.99%를 매도하며 미국 마텔사가 최대 지분을 가진 회사가 됐고, 영실업은 여러 홍콩계 사모펀드를 거쳐 지금 현재는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이 경영권을 갖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외국 업체의 장난감 캐릭터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또봇과 터닝메카드 장난감. [사진=옥션 판매페이지 갈무리]

미미월드ㆍ옥스포드와 같은 국산 완구업체가 아직 건재하지만 이들 빅2의 영향력이 국내 완구사장에서 지대한 것이 현실이다.

이 둘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장난감 상당수의 판권을 가지고 있다. 손오공은 위 2개 외에도 탑블레이드와 미니특공대, 크로스파이트비드맨, 바쿠간, 메탈베어블레이드의 판매사다. 영실업은 시크릿쥬쥬, 베어블레이어버스트, 콩순이로 국내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내 제조사들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최근 11번가가 2016년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기간 인기를 끈 완구캐릭터의 순위를 집계한 결과 국산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들은 각각 3개와 2개에 그쳤다. 

미미와 다이노코어가 어린이날 8위ㆍ크리스마스 4위에 올랐고, 나머지는 뽀로로(어린이날 3위ㆍ크리스마스 5위)와 타요(어린이날 6위)였다. 이 둘은 캐릭더 판권을 가진 아이코닉스가 로열티를 받고 여러 제조업체에 상품 제작권을 부여하는 형식판매형식을 띠고 있다. 반면에 손오공 제품은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각각 2개와 3개 포함됐고, 영실업 제품은 각 3개씩이 들어갔다.

외국계 회사가 국내 제조업체의 경영권을 갖는다고 해서 마냥 나쁘게만 볼 수 없다. 이 경우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장점이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한 뒤, 영실업은 대만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고, 손오공도 마텔과 함께 해외시장 노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들이 경영권을 가질 경우, 연구개발이나 기관시설에 투자하기 보다는 수익에 대한 배당을 늘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적잖은 문제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영실업처럼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후 번 돈은 한국에 재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 기업입장에서는 좁은 국내시장을 고려하기 보단, 더욱 큰 세계시장 중심에서 생각을 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손오공과 영실업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올해도 손오공과 영실업이 만든 장난감이 어린이날을 호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도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 또봇의 대세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뚜렷한 ‘대세’ 장난감은 없지만 기존 강자였던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의 우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유통업체들도 두 캐릭터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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