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우려 vs 기대 엇갈린 반응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발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정부 검찰 개혁 카드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에서는 첫 학자출신 민정수석에 대해 우려와 긍정적 기대가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례가 없는 학자 출신 민정수석 지명도 검찰개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정기관 관리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에는 통상 검사 출신 인사가 등용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9년 2개월 동안에도 예외없이 검찰 출신들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을 장악하려는 권력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민정수석의 경우 검찰 인사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위 말하는 ’줄세우기 인사‘를 통해 검찰을 길들였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고도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선이 문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 의지가 담긴 것으로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 교수가 소장파 학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 현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관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방통행’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오히려 비법조인 출신이기 때문에 검찰 인사권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독립성 보장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도 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가 2003년 참여정부 민정수석을 지내며 법무부 탈검찰화를 시도했다.
당시 강금실(59·13기) 법무부장관을 통해 검찰 개혁을 시도했지만,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파격인사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비 검찰 출신 법무부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예전 경험에 비춰 일정정도 완급조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충분한 조율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면 이르면 다음달 검사장급 간부를 포함한 큰 폭의 인사이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 인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 인사에는 사법연수원 23기를 주축으로 22기와 24기 일부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호남 배려 인사’가 여기에도 반영될 지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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