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2002년엔 ‘盧사모’, 2017년엔 ‘文팬덤’…확 달라진 지지층
뉴스종합| 2017-05-16 09:29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문재인 정부 탄생의 숨은 공신은 열성 지지층인 ‘문재인 팬덤’이다. 15년 전 ‘노풍(盧風ㆍ노무현 바람)’을 태풍으로 만들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진화된 버전이지만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노사모가 노무현 개인보다 ‘시대정신’을 앞세웠다면, 문재인 팬덤은 대선 패배의 트라우마 속에 정권교체의 간절함을 호소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팬덤은 지난 5년간 문 대통령과 산전수전을 다 겪고 굳어진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문팬’이라는 공식 팬클럽도 있지만 비공식 조직도 많아 관리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 대통령 측의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팬클럽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로 옮겨 다녀도 문재인 팬덤은 끝까지 문 대통령과 함께 했다. ‘주적론’ 등으로 대세가 흔들릴 때는 똘똘 뭉치며 문 대통령을 지켰다. ‘달님’, ‘이니’ 등의 애칭을 붙여주며 SNS 홍보부대를 자청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에서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으로 선거 프레임이 바뀔 때는 오프라인 홍보에 동참했다. 과도한 팬심은 문자메시지 폭탄, 상대 후보 비방 등으로 표출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사모는 ‘시민운동’ 성격이 강했다. 노사모 관계자는 “노사모는 단순한 팬클럽이 아니다. 시대정신이 최우선이었다”면서 “이회창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이 되는 게 목적이 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 ‘노감모(노무현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역할을 바꿨다. 노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자 노감모는 ‘반전평화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적 지지는 노사모의 정체성 논란을 부추겼다.

문재인 팬덤 내부에서는 ‘비판적 지지’에 대한 경계감이 형성돼 있다. 노사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팬’ 운영에 참여하는 한 지지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을 순 없다”면서 “카페 내에서도 비판적 지지를 주장하는 측과 무조건 지지가 필요하다는 측이 반반으로 나뉘어 논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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