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안함(뉴스속보)
저출산대책 약발 안받는 이유는…맞벌이 여성 ‘독박 육아’
뉴스종합| 2017-05-18 11:12
가사노동시간 맞벌이 여성이 남성의 5배
男 일상 육아참여율·성평등 인식 높여야


아이 한명을 키우는 워킹맘 A씨(31)는 ‘4인 가족’을 꿈꿔왔지만 최근 둘째 생각을 접었다. 아이 하나 돌보면서 직장을 잡기도 어려운데 둘째를 낳게 되면 영영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첫째 임신 8개월때 타의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출산후에도 양가 부모 모두 지방에 살아 육아도움을 받지못한채 홀로 아이를 돌봤다. 현재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남편이 육아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아 ’혼자 뒤집어쓴다‘는 의미의 ‘독박 육아’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좀처럼 약발이 받지 않는다. 최근 몇 년새 무상보육 정책이 시행되고 육아휴직 사용률이 늘어나는 등 국내 출산·양육 인프라는 속속 갖춰지고 있지만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이 시행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전년 1.24명보다 오히려 0.07명(5.6%) 감소했다. 통계청의 ‘2016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작년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래 최소를 기록했다. 올해는 40만명 아래로 내려가고, 2040년엔 27만명까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맞벌이 부부의 출산이 급감하면서 출생아수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맞벌이 여성의 출산아기는 0.6명으로 전업주부(2.6명)에 비해 크게 못미쳤다. 출산을 기피하는 맞벌이 부부는 앞으로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청년층의 비혼에 대한 인식과 저출산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하더라도 맞벌이는 꼭 해야 한다’ 의견에 미혼남녀 63.2%가 동의했다. 맞벌이 의지가 가장 강한 집단은 20대 여성으로 동의율이 70.3%에 달했다.

워킹맘들의 출산기피는 경력단절에다 ‘독박 출산’과 ‘독박 육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엄마이자 근로자로서의 ‘이중 부담’ 때문에 출산을 않거나 하나만 낳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느끼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가 대세인 상황에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여성이 ‘독박육아’를 걱정하지 않도록 남성의 일상적 육아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답한 남성은 17.8%, 여성은 17.7%에 불과했다.

맞벌이 부부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남성 41분, 여성 3시간13분으로 여성이 5배가량 많다. ‘경력단절 여성’은 많지만 ‘경력단절 남성’은 없다.

여가부의 ‘제1차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로 가사·육아에의 남성 참여 저조(23.4%)를 1위로 꼽았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도우려면 가정 내에서도 부부가 동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지양하고 양성 평등적 가족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장시간 근로 관행을 폐지하는 등 남성의 일상적인 육아참여를 독려하는 지원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의 ’독박 육아‘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비롯된 뿌리깊은 여성차별 인식의 산물인 만큼 성평등 인식수준을 높여야 해결할 수 있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OECD 주요 국가 성평등 수준과 출산율’ 보고서에 따르면 성평등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출산율도 높은 반면, 한국과 일본은 성평등 수준과 출산율이 모두 낮았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는데도 집안일과 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여성한테만 돌릴 경우 여성들은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합리적 선택’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책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