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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국제결혼관①] “TV보니 다 하던데?”…50대 이상도 “국제결혼 OK”
뉴스종합| 2017-05-20 23:16
-서울시민 국제결혼 인식조사 분석
-50대↑세대 인식 매년 긍정 변화
-‘외국인 붐’ 대중매체 영향 추정
-가장 긍정적인 연령대는 20대 女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1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김해동(34) 씨는 최근 결혼 준비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유독 정신없는 이유는 ‘국제결혼’을 준비 중이어서다. 예비 신부는 인도에서 만난 러시아인이다. “몸이 몇 개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 씨지만, 그나마 준비를 수월히 하는 데는 집안의 전폭 지원이 있어서다. 김 씨는 “처음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을 땐 집안 반대가 심할까봐 걱정한 게 사실”이라며 “80살 넘은 할머니도 ‘TV 보니 요새는 다 그렇게 결혼하더라’며 환영하셨을 때는 오히려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예비 신부는 현재 집안에서 ‘하얀 아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50대 이상 서울시민이 가진 국제결혼 인식이 매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123RF]

#2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최원석(51) 씨의 요즘 낙은 아들 연애사를 듣는 일이다. 막 군대를 제대한 아들은 얼마전 대학교 봉사활동을 하다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알고보니 미얀마 출신 유학생이었다. 최 씨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기하고 재밌는 게 많다”며 “진지하게 사귀어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한국 사람이랑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옛 고정관념”이라며 “세계화 시대인데 해외에 사돈 하나 만들어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50대 이상 서울 시민들의 국제결혼 인식이 매년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서울시민 대상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 설문 결과

20일 시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50세 이상 시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5.1%는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고 응답했다. ‘약간 동의’(43.5%), ‘전적 동의’(11.6%) 순으로 비율이 집계됐다.

인식변화는 급격히 이뤄졌다. 지난 2008년만 해도 같은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50대 이상 시민은 전체 41.6%였다. 이 가운데 ‘전적 동의’는 4.7%에 불과했다.

상승세는 2010년 41.2%로 약간 주춤하다 2012년 49.8%, 2014년 50.7% 등 매년 지속됐다. 이 중 ‘전적 동의’ 응답률도 각각 8.2%, 9.0%, 8.8%로 나타났다.

인식이 점점 개방적으로 바뀌는 양상에는 대중매체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년 간은 ‘외국인 붐’이라 불릴 만큼 TV, 라디오 등에 외국인 출연이 잦았다.

외국인을 다룬 몇몇 프로그램은 유례없는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중매체 점유율이 특히 높은 50대 이상 세대의 인식변화를 이끄는 데 ‘특효’였다는 분석이다.

한편 작년 기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긍정적인 답변을 한 연령대는 20~29세였다. 82.7%가 ‘상관없다’고 답변했다. 이 중 38.6%는 ‘전적 동의’에 손을 들었다. 이어 13~19세(76.9%), 30~39세(76.8%), 40~49세(70.5%)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자가 69.5%로 남자(68.1%)보다 1.4%포인트 높았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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