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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같은 밤’…빛공해로 잠못드는 서울
뉴스종합| 2017-05-23 11:29
가로등·입간판 인공조명 피해
작년 민원 첫 2000건…68% 급증
市, 조명교체 등 관련사업 박차


“너무 밝아 못 살겠다.”

최근 서울 서초구로 이사를 온 이용민(28) 씨는 잘 시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맞은편 가게 간판이 사방으로 뿜어대는 빛 때문이다. 예민한 성격탓에 작은 소리만 들려도 뒤척이는 그에게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빛은 치명적이다. 이 씨는 “내 집인데 안대 없이는 잠도 못 잔다”며 “수면제 처방을 고민하고 있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접수하는 시내 ‘빛공해’ 민원이 작년 처음으로 2000건을 넘었다. 층간소음과 함께 대표적인 생활 갈등으로 여겨지는 빛공해로 인한 피해가 매년 심해지고 있다.

한 밤 중 가로등과 각종 광고물이 주택가를 훤히 비추고 있다.

빛공해란 가로등, 입간판 등 인공조명이 너무 많거나 지나치게 밝아 밤에도 낮처럼 환한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필요 이상으로 밝은 밤은 인체 리듬을 혼동시켜 불면증과 우울증을 유발한다. 두통과 암 등 질병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후ㆍ온도에 민감한 식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일 시의 ‘빛공해 관련 민원현황’에 따르면 작년 시가 받은 빛공해 관련 민원은 모두 2043건이다. 하루 약 6건 안팎으로 불만이 터져나온 셈이다. 이 가운데 수면방해가 전체 1700건으로 압도적이다.

최근 5년 동안 빛공해 민원은 들쭉날쭉한 가운데 전체적으로 느는 추세다. 2012년 857건, 2013년 778건, 2014년 1571건, 2015년 1216건 등이다. 특히 2015년 대비 작년에는 민원 건수가 68.0%(827건)나 수직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 우리나라 빛공해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 국제 공동연구팀이 펴낸 ‘전세계 빛공해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 가운데 89.4%가 빛공해에 노출돼 있다. 주요 20개국(G20) 중 이탈리아(9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상황은 이런데도 빛공해 관리 기준은 느슨한 편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시행, 주택가 창문 연직면에 비춰지는 가로등 등 인공조명 밝기가 10룩스(Lux)를 넘으면 빛공해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주거지역에 한해 우리 보다 훨씬 낮은 3룩스, 독일은 1룩스 이하로 인공조명 밝기를 제한한다.

반면 대부분 발광장치로 설계돼 있는 옥외광고물은 도리어 늘고 있다. 작년에만 시내 설치를 신고한 옥외광고물은 모두 2만1084건이다. 2014년(1만6840건), 2015년(1만9446건)에 이어 매년 증가하는 중이다.

시는 빛공해를 줄이고자 매년 좋은빛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방으로 빛을 뿜는 낡은 가로등 등을 아래로만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빛공해 사진ㆍ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전도 정기 개최하는 중이다. 인공조명이 무분별히 들어선 사례, 인공조명이 조화롭게 설치된 사례 등을 접수한다. 우수작품들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시민들의 인식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시는 빛공해 민원이 이번을 정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반 조명 수명은 약 5년”이라며 “교체와 인식개선 사업만 계속 이뤄진다면 (빛공해 문제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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