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씨티의 전설’ 하영구 회장 “씨티銀 점포 통폐합, 글쎄…”
뉴스종합| 2017-05-30 11:38
“은행 장점은 많은 고객 대면기회
美 점포축소 앞서가다 낭패 경험”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과거 15년 간 최고경영자(CEO)로 조직을 이끌었던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통폐합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하 회장은 지난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새 정부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14개 과제’를 발표한 후 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의 접점, 대면 기회가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전반적으로 ‘선택과 집중’보다는 대면을 통한 기회 활용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 회장은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은행장을 역임했다.

씨티은행 본점 전경

하 회장은 “(금융거래가) 디지털화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만, 점포 채널을 어떻게 할 거냐는 은행의 전략이 다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과거 미국 씨티은행 본사의 존 리드 전 CEO(1984∼2000년)가 추진했던 점포 전략을 언급했다.

씨티은행은 당시 점포 운영 부담 완화를 위해 유통업체와 연계하는 등 너무 앞서갔다가 결국 리테일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씨티은행이 (점포를)20%만 남기겠다는 전략이 맞느냐 틀리냐 여부는 시간이 지나봐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씨티은행 안팎에서는 하 회장이 씨티은행의 점포 축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에둘러 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 회장이 한 발 물러나서 씨티은행 점포 통폐합 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하 회장도 씨티은행장 재임시절 점포 통폐합을 단행했었다. 하지만 그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점포 통폐합에서는 지점 수가 190개에서 134개로 줄었다. 폐점은 56개로 전체의 29.5% 수준이었다. 당시 폐점된 점포들을 봐도 서울 강남의 도곡매봉지점이 도곡중앙지점으로, 압구정미성지점이 압구정지점으로 통합되는 등 고객군이 겹칠 수 있는 가까운 지점이 폐점 대상이 됐다. 반면 올해는 지점 수를 133개를 32개로 축소해 무려 75.9%(101개)를 없앨 계획이다.

한편 이날 하 회장이 은행권 임금체계 유연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한 ‘직무급제’에 대해서도 씨티은행과 연관짓는 해석이 많다.

박진회 행장은 올해 초 임직원 정기회의에서 직무급제 도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의 씨티은행에서 시행 중인 직무급제는 ‘동일 직무, 동일 급여’가 원칙이다. 직급 차이가 아니라 직무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향후 폐점된 직원들이 비대면 고객센터에 배치되면 직급과 무관하게 동일한 급여가 지급될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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