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
내일 UHD 세계 첫 방송…“매장직원도 몰라요”
뉴스종합| 2017-05-30 11:33
리모컨 채널자동설정 헷갈리고
유럽식은 셋톱박스 구매 혼란
31일 방송 사실조차 모르기도

오는 31일 지상파 UHD 본방송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삼성, LG 등 서울 시내 주요 제조사들의 대리점들과 주요 전자제품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UHD TV 방송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혼란스러워 했다. 대리점 직원들 조차 UHD TV 방송 시작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관련기사 14면

지난 29일 오후 UHD TV를 사러 서울 잠실의 한 가전제품 매장을 찾은 김모(32ㆍ남)씨는 직원들의 엇갈리는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는 31일 시작하는 UHD 방송은 미국식(ATSC 3.0)과 유럽식(DVB-T2) UHD TV를 사서 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미국식 UHD TV(ATSC 3.0)을 본방송 표준으로 정하면서 기존의 유럽식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과 앞으로 유럽식 UHD TV룰 사려는 소비자들은 안테나 이외에 별도로 셋톱박스(컨버터)를 사야 UHD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매장에서는 이런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매장의 직원들도 이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실제로 직원에게 유럽식 표준인 초고화질(UHD) TV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보려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IPTV 가입자면 필요없다”라는 등 전혀 상반된 대답들이 돌아왔다.

TV 리모트 컨트롤의 메뉴 중 자동채널설정을 통해 지상파 UHD 방송 채널을 수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는 직원도 드물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 한 판매원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들의 재송신 분쟁을 의식한 듯 “유료방송 가입자들은 지상파 UHD를 아직 볼 수 없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하기도 했다.

매장에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헷갈려했다.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것은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이날 오후 서울 용산ㆍ왕십리ㆍ잠실ㆍ강남 등 4군데의 가전제품 매장을 찾은 고객 20여명 중 유럽식 표준과 미국식 표준이 다르다는 내용을 아는 이들은 드물었다. 왕십리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만난 정희철(35ㆍ남)씨는 “TV만 구입하면 바로 UHD 방송이 나오는 줄 알았다”며 “직원들이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데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UHD방송이 오는 31일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소비자도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김모 (31ㆍ여)씨는 UHD TV를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이전 버전인 풀HD TV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서 이왕이면 신제품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미국식 UHD TV가 판매되기 시작한 2월 이후 한달에 약 10만~20만대가 판매됐다. 가장 많이 나가는 55인치 UHD TV는 약 150만원으로 기존 HD TV와 40~50만원 가량 차이가 나지만 10명 중 8명은 UHD TV를 찾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장직원들은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된다는 점을 알고 TV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사실 많지 않다”고 전했다.

기존 유럽식 UHD TV를 구매한 사람들은 추가적인 장비 구입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유럽식 UHD TV를 구매한 박모(43ㆍ남)씨는 “올해 2월에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다”며 “본방송이 예정보다 늦어졌는데다 추가적으로 셋톱박스를 사야하니 비용이 아깝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식 표준으로 바꿔주는 셋톱박스는 6~8만원이다. 제조사들은 본방송이 시작되는 다음달 50% 할인행사를 준비 중이다.

UHD 방송 시대를 앞두고 소비자는 물론 매장 직원까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셋톱박스 구입 비용이나 유료방송 재송신 문제 등 아직 조율해야 될 문제가 남아있다“며 “세계 최초 UHD 방송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소비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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