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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사건'과 의인 이수현씨가 같다고요?
라이프| 2017-06-09 07:53
이타적 행동은 ‘값비싼 신호‘, 높은 지위 보장
김 교수 뇌과학적 분석, 통념과 달라 화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01년 일본의 한 기차역에서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차에 몸을 던쳐 자신을 희생한 고 이수현씨,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 층간 소음으로 다툼 끝에 이웃을 살해한 사건의 공통점은?

이 셋은 너무나 동떨어진 사건으로 보인다. 자기 생명을 희생한 이수현씨는 이타주의의 모델로 받들어지고, 나머지 둘은 안하무인 자기 중심적인 인물로 사회적, 법적 판단 아래 댓가를 치렀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놀랍게도 이 셋의 행동의 동기를 하나로 본다. 바로 인정욕구가 시킨 일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수현 씨의 경우, 1초도 채 안되는 그 잛은 시간에 사회적 평판의 가치를 계산을 했다는 말이 된다.

[이타주의의 은밀한 뇌구조/김학진 지음/갈매나무]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 생존에 유리한 이타적 행동전략이 오랜 경험을 거쳐 자동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은 인정욕구가 부른 ‘인정중독’에 가깝다.

흔히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을 우선시하는 것이 이타적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김 교수는 상식을 뒤집는 정반대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한다.

한 예로 이타적인 행동의 진화적 이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대학생들을 세 명씩 그룹을 지어 물통을 맞히는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팀에서 뽑힌 한 명이 물이 담긴 통 밑에 앉아 있고, 같은 팀의 동료가 공을 던져 타깃을 맞히면 물이 담긴 통이 뒤집어지면서 물을 뒤집어쓰게 된다.높은 점수를 얻는 팀에게는 더 많은 상금이 주어진다.

단, 각 팀에서 선택된 한 명은 거의 항상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게임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가장 높은 공헌을 한 사람을 지명하게 한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건 희생자 역할을 한 동료였다. 그 동료는 가장 높은 선호도와 가장 높은 상금 배당금과 함께 다음 실험에서도 같은 팀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이 연구결과는 이타적 행동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전략적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타적 행동은 자신의 능력과 이타적 성향을 과시하는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비싼 신호를 사용한 개체일수록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의 기부 역시 그 동기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타적 동기에 대한 자기 인식이다. 교육, 정책, 환경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바라볼 때 에도 인정욕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자기인식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정욕구와 이타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추구할 때, 의사 결정 과정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것이란 얘기다.

저자의 이타성에 대한 뇌과학적 분석은 기존의 통념, 도덕적 행동에 대한 생각을 흔들어놓는다.

자기기만의 실체를 인식하고 베일을 걷어낼 때 본질에 더 제대로 다가갈 수 있다는 철학적 통찰이기도 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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