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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아버지 날 기르시는’ 그날이 워킹맘 독박육아 ‘해방의 날’
뉴스종합| 2017-06-15 11:23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어머니가 되는 것인데 왜 “아버지 날 낳으시고”라는 하였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의아해하고 무슨 뜻인가를 짚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 날 기르시니”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오랜 세월동안 아이 기르는 일은 어머니들의 몫이었으니까. 그런데 최근 엄마들이 아이를 기르는 일이 왜 나만의 일이냐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소위 ‘독박육아’론이다. 옛날에 비하면 자녀의 수가 극적으로 줄었지만 가족의 기능이 현격히 약화된 지금, 요즘 엄마들이 느끼는 고립된 육아의 어려움을 생생히 보여주는 말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도 이제 일하는 여성 수가 늘어 두 명 중 한 명 꼴(56.2%)로 취업을 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도록 배우자의 적극적인 자녀양육 참여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그간 아이를 낳았다고 뒷짐지고 물러나 있던 남성들도 자녀양육에 참여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않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는 생후 12개월부터 8세 이하 자녀를 둔 아버지 1500명과 어머니 1500명을 대상으로 각각 배우자의 양육실태와 역량수준을 평가하게 해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아버지들의 80% 이상이 직장에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다보니 자녀와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자녀를 돌보는 시간도 본인들은 주말에는 10시간 가량 할애한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들은 남편이 2~4시간 미만(유아기 자녀)을 돌본다고 생각하고 있어 부부간 인식 차가 컸다.

특히 자녀양육과 관련해 아버지교육을 받아본 경험은 10~15%에 불과했다. 남성육아휴직자가 늘었다고는 하나, 전체 육아휴직자의 8%에 불과하고, 그 규모도 7000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아빠육아는 아직 갈 길이 먼 현실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과거와 달리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제대로 못 본다고 오히려 아내에게 핀잔을 받거나 엄마와 애착이 형성된 자녀가 아빠를 거부해 상처받기도 한다. 힘들게 애 보다가 욕을 먹느니 차라리 귀가를 늦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아빠들이 야근을 자청하거나 술집에서 2차, 3차를 즐기기도 한다. 한 술 밥에 배부르랴! 그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육아문제를 남성들이 하루 아침에 똑같은 수준으로 해내기는 쉽지않다. 육아에 서투른 아빠와 독박육아로 지친 엄마가 서로 이해하면서, 차근차근 함께 노력해야 부부 모두가 행복한 육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빠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남성의 출산휴가 기간 확대를 위한 법안을 내놓고 있으며,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기 위한 법안들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법제화돼 있는 육아휴직도 공공기관, 대기업의 화이트 칼라 종사자 위주로 겨우 20% 정도 사용하고 있다. 육아휴직 사용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돈’인데 휴직하면 통상임금의 40%내에서 상한액이 100만원이라 이걸로는 가정의 경제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복직후 불이익을 받는다는 두려움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숨겨진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솔직히 회사 나오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애 잘 보기로 소문난 한 여교수의 남편은 주말에 아이들을 정말 잘 돌봐주지만 월요일 아침이 되면 “야, 나 회사 간다!”하며 신나게 회사로 탈출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200만원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배우자 출산휴가 시, 유급휴가를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한다는 제안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와 정책 변화가 남성육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남성육아 참여가 정착되려면 남성의 육아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녀양육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한다. 특히 체계적인 아버지 교육이 절실하다. 아이들의 발달이나 심리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아빠들이 엄마처럼 잘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해줘야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는 아빠들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퇴근 후의 술 문화 대신 가정으로 곧바로 귀가하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가 아니라 “아버지 날 기르시니”의 세상이 될 때 독박육아의 한숨도 사라지고 행복한 가정 속에서 자녀들도 행복하게 자라날 것이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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