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관회의 후폭풍] 대표 100인 ‘판사회의 상설화’ 결의… 향후 과제는?
뉴스종합| 2017-06-20 10:01
-회의 개최 요건, 의결 범위 등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기로
-규칙 제정권 가진 대법관회의가 어디까지 수용할지 변수
-판사회의 활동범위 확대되면 법원행정처 역할 축소 불가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100명의 대표 법관이 모여 전국 단위 판사회의를 상설화하기로 하면서 사법개혁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사법정책에 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시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자는 취지인데, 규칙 제정권을 가진 대법원이 이를 어디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 모인 참가자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것을 건의하고, 규칙 제정 마련을 위해 ‘상설화 소위원회’를 두기로 의결했다.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모습.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앞으로 판사회의가 어떤 역할을 하게될 지는 전적으로 소위원회에서 마련되는 규칙 내용에 달렸다. 전국 단위의 판사 회의 주기를 정기적으로 할 것인지, 만약 비정기적이라면 소집 요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정한다. 판사회의 활동범위도 규칙으로 정할 예정이어서 향후 사법행정업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대법원장의 의중을 일선에 하달하던 법원행정처의 역할은 상당 부분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부 규칙 제정권을 가진 대법관회의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상설화되는 판사회의의 활동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관해 대표자회의가 소위원회에서 정한 규칙을 그대로 통과만 시키라고 요구하면서 대법관들이 반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7월24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한 대표회의와 양 대법원장 간 대립 구도가 고착화하는 상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별다른 진척사항 없이 오는 9월 양 대법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새 대법원장을 상대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다만 대표회의에 참석자들 대부분이 일선 판사들의 직접 투표나 위임에 의해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 대법원장이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회의에 참석한 수원지법 송승용(43·사법연수원 29기)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이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라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의결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무겁게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표회의 측에서는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일선 판사들의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법원 내부망에 올라오는 대표회의 관련 공지글들은 초반엔 조회수가 수천회를 넘겼지만, 최근에는 500~600회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화되는 판사회의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에 관여하는 정도로 활동하기로 한다면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현행법상 판사회의는 각급 법원에 설치되고, 사실상 법원장의 자문기구 역할에 그친다. 전국 단위 판사회의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법원조직법 9조에서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 권한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그 대상을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법원공무원교육원장, 법원도서관으로 한정하고 있어 대법원 규칙이 아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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