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현장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오르는 판사들
뉴스종합| 2017-06-21 11:18
21일 아침 낯선 이름이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궜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유명 정치인 보다 순위가 높았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47) 영장전담판사다. ‘권순호’와 ‘권순호 판사’로 각각 검색되며 2위와 3위에 동시에 링크됐다. 전날 권 판사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21) 씨의 2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에 새로 추가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정 씨의 범행 가담 정도, 주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구속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여론은 들끓었다. ‘신상 털기’는 기본이고 포털 게시판과 SNS, 블로그 등에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비난 글이 넘쳤다. 연관검색어엔 그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영선 행정관이 동시에 노출됐다. ‘기각의 아이콘이라는 등 조롱하는 투의 기사도 줄을 이었다.

비슷한 상황이 올해 유독 많았다. 지난 1월 조의연 당시 영장전담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삼성 장학생’설에 시달렸다. 반대로 2월 한정석 판사가 영장을 발부했을 때는 ‘법조계의 정석’으로 칭송받으며, 네티즌들 사이에 영웅 대접을 받았다.

법원은 이런 분위기가 무척 당혹스럽다. 영장전담판사는 구속 여부를 자기 맘대로 좌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게 이유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 사유는 피의자의 ‘주거가 없을 때’, ‘증거 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을 때’다.

판사는 이를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와 자료를 통해 하나하나 면밀히 따진 후 최종 결론을 내린다. 판사 개인의 성향이나 의지에 따라 구속, 불구속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절대 아니라는 게 법원 측의 주장이다

살제 담당 판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철저히 외부와 단절한 채 생활한다. 점심도 자기들끼리 먹거나 홀로 먹는다. 애초에 영장심사를 맡는 판사를 임명할 때 평판 조회를 통해 인맥이 화려한 사람보다 ‘외톨이형’을 선호한다고 할 정도다.

여론과 달리 법조계에선 대부분 정유라에 대한 불구속 결정이 ‘봐주기 판결’ 보단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불충분을 주요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머니가 구속돼 있고 아이가 한국에 들어와 함께 지내는 상황에서 도주 우려가 없으니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법원이 봐주기 판결을 했는지,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부족했는지 누구도 확실히 이야기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국민들이 사법부를 이 만큼이나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의 잣대가 지금까지 그 만큼 일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사법개혁 논란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 스스로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jumpcut@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