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 파동’ 진정 국면…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등 논의될 듯
뉴스종합| 2017-06-29 09:50
-양 대법원장,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수용, ‘상향식 사법개혁’ 가능해져
-새 대법원장 상대 제도 개선 논의… 법원행정처 기능 축소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사법파동’ 우려를 낳았던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파문이 진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관해 다양한 내부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 등에 대한 입장’을 게시하고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파문에 대한 사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추가 조사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양승태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장이 사실상 사법권한 남용을 시인하고 전국법관회의를 통해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이번 사태 주된 안건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중심의 문책론에서 사법행정제도 개선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판사들도 대체적으로 ‘대법원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를 수용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서울지역의 한 중견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는 판사회의에서 요구는 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며 “여기에 대해 유감표시를 하는 정도 외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도 큰 반발기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등 많은 부분이 수용이 됐기 때문에 1,2차 사법파동처럼 갈 동력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동료 판사를 압수수색하듯이 조사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일반 회사에서도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면서 “이 이슈를 계속 끌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24일 2차 회의를 열고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등 일선 재판부 독립성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사안의 성격상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설화되는 새 대표자 회의가 올 9월 취임하는 신임 대법원장을 상대로 개선책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은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원인 중 하나가 고등법원 이원화 문제를 되돌린 게 아니었느냐”며 “대법원장이 바뀌면 누가 오든 고등부장 승진제는 가장 먼저 손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대법원장이 전국 단위의 법관 대표회의 상설화 요구를 받아들인 점은 앞으로 사법행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대법원장은 조만간 대법관회의를 열어 관련 규칙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전국 단위 법관 대표회의가 정례화되면 ‘상향식 의사전달’이 가능해져 그동안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사법정책을 마련해 일선에 하달하던 법원행정처의 기능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양 대법원장은 전날 “사법행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국민 여러분, 그리고 법관을 비롯한 모든 사법부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김수천 전 부장판사와 최민호 전 판사의 수뢰사건이 밝혀진 때를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jyg97@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