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경유 ‘청기백기’ 게임하는 文정부...결국 ‘인상’으로
뉴스종합| 2017-07-07 07:19
-경유 유류세 ‘올린다-아니다’ 2주 사이 4차례 입장 번복
-정책에 대한 사전 지식 전무한 상태서 ‘정치성’ 포퓰리즘 난무한 결과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경유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아니다-올린다’를 왔다갔다 했던 정부가 마침내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 아마추어리즘과 책임없는 시민단체, 댓글 여론에 휘둘리는 그간의 행보를 감안하면, 연말 유류세제 개편안 확정까지 이 같은 혼란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경유 가격 논란과 관련 “경유에 붙는 세금을 휘발유와 같은 수준 또는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권고도 많고, 또 해외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휘발유 대비 80%대 수준인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최소 20% 이상 올리겠다는 말이다.


다만 조세 저항을 우려해 속도 조절론도 펼쳤다. 김 위원장은 “한 번에 일시에 하는 것보다는 몇 단계로 나눠서 경유 전체의 소비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며 내년 재정계획에 반영하는 방향도 언급했다. 당장 올해 말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인상 여부 검토’를 밝힌 것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9일 ‘조세ㆍ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 신설을 전하며 “법인세율 인상,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등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특위에서 논의될 사안들을 밝혔다.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즉 휘발유와 경유, LPG 세율 조정을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불과 2주전 청와대, 그리고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기재부가 나서 “경유세 인상은 없다”고 대못을 박은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청와대는 이른 아침부터 “아주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며 경유에 붙는 세금의 인상을 골자로 한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검토 사실 자체를 강력 부인했다. 전 정부에서 환경 및 미세먼지 대책 일환 중 하나로 검토했던 일로, 지금 정부의 생각은 아니라며 정치적 ’선 긋기‘에 나섰던 것이다.

같은 날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도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에너지세제 개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변석개하고 있는 경유세 논란의 도화선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용역보고서다. 정부가 지난해 미세먼지 특별대책 발표와 함께 수송용 에너지 가격 비율 조정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1년 여에 검토 결과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려 소비자 가격을 휘발유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까지 올리는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때 마침 올해 말까지 결론이 나와야 할 제3차 에너지세제개편안과 맞물려 이 보고서는 주목받았다. 10년전 확정된 현행 휘발유와 경유, LPG 세금 및 가격 비율이 법적 절차에 따라 10년만에 재검토해야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즉 이번 용역보고서 제출과 수송용을 포함한 전기, 석탄, 발전 등까지 포괄하는 에너지 세제, 정책 개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당연한 수순이였다. 하지만 새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이뤄진 연구보고서라는 이유로 ‘전면부인’했다가 ‘다시 되살리고’, 여기에 ‘인상’을 기정사실로 확정하는 정책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달렸다.

세금과 환경, 국제 에너지 시장 흐름 등 모든 요소를 감안,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당사자들이 모여 향후 5년에서 10년간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을 이끌 기본 틀을 마련해야 하는 장에 ‘악플’에 놀란 청와대와 정치권이 끼어들며 지협적인 “경유세 인상 있다 없다”를 놓고 몇 주 사이 4차례 말바꿈이 생겨버린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7월 보고서는 미세먼지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또 연말까지 결정될 에너지 세제 개편은 10년 에너지 정책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해당 업체는 물론, 국가 경제와 국민들의 생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복잡한 일”이라며 “인터넷 댓글 반응이 좋지 않다고, 또 특정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다고 그 때만 모면하거나, 방향을 급격하게 바꿔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빠르면 올 연말까지 도출될 새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소비자 부담, 환경 같은 한 측면만이 아닌, 해당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투자유도 방향, 또 실현 가능성 등 모든 것을 감안해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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