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강한 대통령의 미덕
뉴스종합| 2017-07-12 11:16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대통령의 직무평가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높지만, 정치권의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로 발목이 잡힌 정국은 추경은 고사하고 정부조직법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라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구태는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사청문회 풍경이다. 장관 후보가 발표되면 야권과 언론에선 후보자의 비리를 들춰내며 도덕성 공방을 벌인다. 야당에서는 후보 감싸기에 바쁘다. 청와대에서는 결정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임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집한다. 그러면 야권에서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면서 국회를 무력화시킨다. 곧바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새 정부의 개혁동력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도덕적 검증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청와대의 잘못이 크다. 인사청문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 않았을 ‘올드 보이’ 정부가 이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거나 과도한 자신감의 결과였을 것이다.

야당의 연계전략 또한 구태의 발상이다. 반대가 야당의 본업이기는 하지만, 여야 간의 대립구도로 끌고 가는 방식은 참으로 고질적인 병폐다. 대통령이 압도적인 결정력을 발휘하는 한국의 정치구조에서 야당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안쓰러운 몸짓처럼 보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야당이 얼마나 국민의 여망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여당의 무기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합의를 위해 며칠간의 말미를 얻은 것이 돋보일 정도이다. 국회의 중심세력으로서 여당이 주도력과 균형감각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국회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정국을 풀어야 할 여당대표가 오히려 정국을 꼬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를 출범시켜야 하지만, 장관 임명은커녕 정부조직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약속했던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7월까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더라도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가장 조급한 쪽도 청와대다. 여당이 주도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나서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문제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치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전병헌 정무수석이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그가 할 일은 야당을 탓하는 기자회견이 아니다. 청와대와 야당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대통령도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천명한 인사 5대 원칙 파기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수많은 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직접적인 해명은 듣지 못했다. 말의 힘을 믿는 대통령이라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보도 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사과와 양보, 용서와 화해야말로 강한 자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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