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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프로그램’ 두고 檢 “증거인멸 의심”, KAI는 “규정일 뿐” 신경전
뉴스종합| 2017-07-20 10:01
-檢 “직원 컴퓨터에 설치해 증거인멸한다는 첩보”
-KAI측 국방부 훈령 근거 “설치의무 프로그램” 주장
-19일 하성용 대표이사직 사임…조만간 소환 전망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검찰 압수수색의 발단이 된 것으로 지목된 삭제 프로그램을 두고 검찰 측과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면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검찰은 “KAI가 영구 삭제 프로그램을 구입해서 직원 컴퓨터에 설치해 증거인멸한다는 첩보가 들어와 지난주 전격적으로 압색하게 됐다”며 본격 수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자료들은 현재 디지털 증거 분석(포렌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관이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자료를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이날 오전 원가조작을 통해 개발비를 편취 혐의(사기)와 관련해 KAI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KAI 측은 여러 대의 컴퓨터에 삭제 프로그램인 ‘이레이저’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레이저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파일들을 복구할 수 없도록 무작위로 생성한 데이터를 수차례 덮어 씌우는 프로그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자료를 실제 지운 흔적도 발견됐다”며 KAI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KAI 측은 방위산업 보안업무 훈령을 근거로 파일 완전소거 프로그램 설치는 정당한 행위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KAI 관계자는 “국방부 방위산업 보안업무 훈령의 97조 ‘개인용 컴퓨터 관리운영’ 규정에 따라 파일 완전소거 프로그램을 운용하도록 돼 있어 사용했으며 구입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규정에 따른 것일 뿐 증거인멸 목적은 아니란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훈령에 맞게 삭제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와 범죄흔적을 지웠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계속 확인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가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현 방위사업수사부) 현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은 복구 작업을 통해 KAI 임직원들이 삭제 프로그램을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어떤 자료들을 없애려 한 것인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KAI의 경영 비리 전반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18일엔 하성용 대표 측근이 대표로 있는 협력업체 등 5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 대표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조만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하 대표는 19일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며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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