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도 아빠는 처음이야6] 아빠가 될까, 아버지가 될까
뉴스종합| 2017-07-20 17:52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육아휴직 경험기도 아닙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죠. 24개월 아이를 둔 30대 중반,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여전히 내 인생조차 확신 없으면서도 남편, 아버지로의 무게감에 때론 어른스레 마음을 다잡고, 또 때론 훌쩍 떠나고 싶은, 그저 이 시대 평범한 초보아빠입니다. 위로받고 싶습니다. 위로 되고 싶습니다. 나만, 당신만 그렇지 않음을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은 그런 뻔하디 뻔한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 무렵, 계기는 있었다. 제목은 가물하다. 어느 한 소설 때문이었던 듯싶다. ‘난 이제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 불러야 할까?’ 대략 그 나이가 들어서도 ‘아빠’라 부르는 남성에게 조소를 보내는 그런 소설 속 문장을 보고 나서였다. 한동안은 의식적으로 아버지라 불렀고, 그 뒤론 무의식적으로 지금까지 ‘아빠’와 ‘아버지’는 혼용 중이다. 아니, 술 마신 날을 제외하면, ‘아버지’다. 


아이가 어느덧 4살째. 말로만 듣던 ‘미운 4살’이다. 권위에 거부하며 자의식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본인의 원하고 원치 않는 바를 체득하게 된다는, 뭐 그런 시기란다. 그래서 아이는 치열하게 부모의 권위에 투쟁(?)하고 있다. 밥을 먹으라 해도 싫고, 그럼 먹지말라 해도 싫다. 같이 놀자 해도 싫고, 그럼 혼자 놀라 해도 싫다. 어쩌라고.

이런 말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그래, 넌 지금 네 자의식을 형성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가 커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축복이자 내 또 다른 행복이라 다짐하는 찰나. “치카치카 하기 싫다”는 말에, 퇴근 전까지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까지 더해 결국 목소리를 높이고 만다.

이런 말을 들었다. “엄마 아빠는 왜 계속 ‘이놈’만 해?” 뜨끔했다. “다 널 사랑해서 그런거야.” 더 뜨끔했다. 그날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괜히 숨소리도 한번 들어본다. 날도 더운데 쓸데없이 이불도 덮어준다.

문득, 난 아버지가 되고 싶은 걸까, 아빠가 되고 싶은 걸까. 고등학생 그 시절 고민했던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어느덧 내가 그 갈림길에 섰음을 깨달았다. 이제 내 아이는 날 아빠로 보게 될까, 아버지로 보게 될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픈 욕심과, 그러지 못하는 미안함이 중첩, 한없이 아빠이고 싶다가도, 그래도 내 인생이 부끄럽지 않게 버텨온 결정적 이유엔 아버지가 있었음을 떠올리면, 나 또한 아버지가 돼야 할까, 그런 고민이다.

어차피 정답은 명료하겠다. 아버지일 땐 아버지, 그 외엔 아빠. 내 현주소도 오차범위 내에선 정답 언저리에 있다 자평하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이런 고민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고백하자면, 37살인 지금, 정작 마주 볼 때면 도리 없이 “아버지”란 말이 나오지만, 여전히 내 휴대폰 속 이름은 ‘아빠’다. 언제 저장했을지 모를 이름. 그러고 보면 37살인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그분은 ‘아빠’이고 또 ‘아빠’를 갈망하나보다. 그럼 결국 좌충우돌 끝에 내가 내 아이에게 불려야 할, 불리고픈 호칭도 사실 자명하다.

아이의 나날이 투쟁이라면 내 나날도 투쟁이다. 나도 ‘아빠’를 사수하도록 한번 참전해보겠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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