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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증세론] 5년간 세수 자연증가 60조원 非현실…정부내에서도 회의론
뉴스종합| 2017-07-21 09:11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을 증세 없이 조달하겠다고 밝힌지 하루만에 여권에서 증세론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정자문위가 향후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을 60조원으로 추산했지만 이는 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희망사항’이며, 또다른 60조원을 재정지출 절감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국정자문위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178조원의 소요재원 가운데 82조6000억원(연평균 16조5000억원)은 세입확충으로, 95조4000억원(연평균 19조1000억원)은 세출절감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세입 부문에서는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60조5000억원(연평균 12조1000억원), 비과세ㆍ감면 정비로 11조4000억원(연평균 2조3000억원), 탈루세금 징수강화로 5조7000억원(연평균 1조1000억원), 과징금과 연체ㆍ불납액 해소 등 세외수입 확대로 5조원(연평균 1조원)을 조달키로 했다. 세출절감 부문에서는 의무ㆍ재량지출 구조조정 등 지출절감으로 60조2000억원(연평균 12조원), 주택도시기금과 고용보험기금, 전력기금 등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 활용 등을 통해 35조2000억원(연평균 7조10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이는 대선 당시의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고소득자 과세강화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 세법개정으로 31조5000억원을 충당하는 등 세입개혁으로 66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100대 국정과제에서 증세 부문이 빠지고, 대신 공약집에 없었던 세수 자연증가로 대체된 것이다. 국정자문위는 “소득세ㆍ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재원조달의 필요성, 실효 세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세수는 경기변동 및 경제상황 변화에 매우 민감해 자연증가로 5년간 60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경기가 위축됐던 2013년에는 세수가 전년대비 감소(-1조1000억원)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았던 2009년에도 2조8000억원 줄었다. 2014년에는 세수 증가규모가 3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연간 세수가 10조원 이상 늘어난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특이요인 때문이었다. 2015년에는 세수가 12조4000억원 늘었지만 근로소득세 징수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고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소득세가 8조300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꼼수증세’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에는 세수가 호황을 보여 증가 규모가 24조7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으로 보면 늘어난 세수는 39조6000억원으로 40조원을 밑돌았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는 법인세 감세 등으로 35조7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는 57조5000억원 늘었지만 당시 평균 경제성장률이 4.5%에 달했다.


지출절감으로 5년간 60조원을 조달하는 것도 기존 재정사업을 축소 또는 폐지해야 가능한 일로, 경제ㆍ사회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으로 3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것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 당국에서 내놓은 재원 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결국 ‘장밋빛’ 재원조달 방안으로 인한 증세론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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