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피의자 변호인 참여권 확대한다는데, 피해자는?
뉴스종합| 2017-07-25 09:31
-경찰, 피의자 변호인 참여권 확대 방침
-“범죄 피해자가 상대적 불리” 지적
-아동학대 범죄 등 ‘피해자변호사’ 확대 필요성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경찰이 인권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피의자 변호인 참여권을 강화하겠다는 개혁방안을 내놓자, 범죄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보호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20일 첫 권고안 중 인권친화적 수사제도 개선안의 하나로 경찰조사 중 변호인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 변호사와 조사기일 협의 ▷변호인과 의뢰인의 소통 환경 개선 ▷수사관 위법 수사에 대한 이의제기 등 발언권 보장 ▷휴식요청권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변호인 참여권을 강화한다는 방향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화해 상대적으로 범죄 피해자가 공판에서 불리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와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반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얻어 방어권을 갖고 형사절차에 참여할 수 있지만, 범죄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선 피해자 조사, 공판과정에서는 증인으로서 증언하는 것 이상으로 개입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과 국가의 소송상 대립 관계를 상정하고 있어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이는 국가가 원칙적으로 범죄 피해자가 사적으로 복수를 할 권한을 빼앗는 대신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형벌권으로 대신 해준다는 논리 때문이지만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입장이 만족스러울 만큼 반영이 안 돼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은 수사과정부터 공판까지 어떻게 대처하고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고소장을 혼자 접수하는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피해자에 비해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사건의 경중에 따라 경찰이 고소 접수를 미루거나 수사가 미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력범죄의 경우 외상성 스트레스와 2차 피해의 우려로 인해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일관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다. 수사과정에서 증거 수집 및 증언 확보가 이후 공판 단계에서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은 중요하다.

이와 같은 지적에 경찰청 관계자는 “명기되진 않았으나 이번 변호인 참여권의 확대 대상을 피고인으로 한정지은 것은 아니다”며 “참고인이나 피해자도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면 국선 변호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성범죄나 아동 학대 범죄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피해자 변호사 제도를 특정 범죄로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개정된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성범죄 피해 아동은 형사 절차 전반에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수사기관에 출석해 증거보전 절차를 청구, 참여하고 증거물에 대한 열람ㆍ등사할 권리를 가진다. 공판 과정에도 피해자와 함께 출석해 포괄적인 대리권을 행사한다. 또한 검사는 피해 아동ㆍ청소년이 경제적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성범죄 외에도 살인 등 생명과 자유에 대한 이익을 침해한 범죄나 중대한 신체적 침해를 야기한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도 변호인의 도움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피해자와 피의자의 변호인 참여권이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국선 변호인 제도의 경우 재정 상 문제로 검사가 대리하는 피해자 보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우선순위를 둬야 하지만 기본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것인 만큼 같이 보완ㆍ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랭킹뉴스